아담의 지어미는 에와요、에와의 지아비는 아담이다. 평등하도록 아담의 늑골을 취하여 창조된 에와. 그네들은 하느님의 중매로 맺어진 부부다.
혼기가 되면 異性들은 웬만하면 반려자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카메라의 촛점을 맞추듯 테두리가 점점 좁혀져서 드디어 찰칵 셔터를 누르게 된다. 사실 자기선택만으로 동반자를 골랐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동서남북의 엉뚱한 지역에서 나서 자라고 꿈도 꾸어보지 못했던 상태를 만나게 될때 알지도 못하는 필연의 그 무엇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나의 경우만해도 형부가 중개인이기는 하지만 1ㆍ2이상의 시력을 가진 그와 나지만 서로가 사실이상으로 봐주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당시 나는 아버지의 주치의인 이박사님을 최고로 멋진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첫인상이 그분과 똑같아 보였다. (사실은 딴판인데) 저편에서도 내가 미인으로 보였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연분이라는 것인가 보다. 그 어설픈 데이트를 하면서도 성공한걸 보면 둘이다 똑같기 때문인것같다. 데이트때마다 나는 학교가던 습관으로 먼저가 앉아있었고 다방문이 열릴때마다 죽을듯이 심장이 고동졌다. 인천 바닷가 외진곳에 있는 직장에 다니던 그는 서너시간 간격으로 다니는 버스를 탈 수 없어 짐트럭을 타고 나왔는데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작업복차림이었다. 처음 잘못보았던 좋은 인상과는 천지차가 있었다. 형부가 개입되지 않았다면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다듬어져 있지 않았다.
내앞에 커다란 남자가 앉아 있다는 사실에 긴장이 되어 침도 삼키지 못할만큼 목구멍이 조여들었고 커피도 반잔도 못마셨다. 손에서는 냉기가 흐르며 땀이 났다. 그런 중에도 그사람의 가슴에 달려있는 명찰이 눈에 띄었다. 고꾸라지게 급하게 나온것에 틀림없다. 그는 숨을 돌리자 흘끔다시 보며『미스조 수염났네요?』하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쪽을 아무렇게나 보아주는건 내 자유였지만 나를 함부로 보아주는건 원치 않았었다. 분하고 괘씸하여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감정을 속이고『네 점잖아서요』했다. 그랬더니『미꾸라지도 점잖아서 수염이 났나요?』한다. 그바람에 긴장감은 풀렸다. 사실 우리형제들은 모계의 유전성으로 입이 좀 나왔다. 그러니 가는 솜털이 좀 났어도 두드러져 보인다. 그후에도 실수 비슷한 야릇한 말을 가끔하여 당황하게 했다.
세련된 사람들은 질색할 형이었다. 아버지께서 충청도 온양사람이라면 양반이니까 좋다고 하셨고 형부도 직장에서는 아주 성실한、장래가 촉망되는 신입사원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좀 의아하기는 했지만 이런 남자가 멋있는 남자인가하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지독하여 한달에 한번만 데이트를 청했다.
그때는 있는 돈뭉치를 다들고 나왔다. 그러나 쓰기는 조금썼다. 순전히 과시였다. 바래다 주는것도 모르고 보고 싶었다는 빈소리도 할줄 몰랐다. 절대로 선약하지도 않았다. 불쑥 선물을 띄우곤했다. 시효가 지난 선물을 받기도 했다. 엉뚱한 사나이한테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가을이면 신비스런 열매를 소포로 부쳐주었고 성탄때는 츄리를 차에 실어보내 주었다. 한번은 편지에 도라지꽃을 붙여 보내왔는데 썩어서 엉망이었다. 교제한지 만 2년이 되던 봄에 결혼하자며 50만 원 적금통장을 내밀었다. 그의 작전은 철저했다. 두 희귀족은 드디어 결합하였고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있다.
지금까지 서울 해방촌본당 주임이신 최익철 신부님께서 수고해주셨읍니다. 이번 호부터는 서울 당산동 본당 주부신자인 조한순(젬마) 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읍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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