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구라주일을 맞이하여 먼저 모든 나환자들과 그가족 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격려를 간절히 기원하면 또한 그들의 고뇌와 소외를 함께 해온 나사업가제위의 숭고한 정신에 삼가 경의를 드린다.
금년은 1968년 한국주교단에 제정한 14번째의 구라주일이며、프랑스의 라울 홀레로가 나환자에게 인류애의 발휘를 제창한이래 28번째가 되는 세계 나병의 날이된다.
우리는 오늘을 맞이하여 인류가 역사속에서 나병과 투쟁하여 온 과정을 회고하며 인간의 의지와 슬기와 사랑이 나병의 극복이란 꿈을 현실화의 단계에 이르게 한 하느님의 섭리와 자비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마침내 나병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한결같은 결의를 새롭게 하기를 다짐하고자 한다.
인류가 나병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우선 두가지의 나병이 갖는 특성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나병 그 자체의 극복이요、둘째는 나병에 대한 일반의 잘못된 인식과 간념의 극복이다.
일찌기 나병은 오랜 역사속에서 불치의 천병이요 유전이나 전염으로 발병되어 그 진행과정에서 참혹한 신체적 불구와 비참한 심리적 절망으로 운명적 천형인양 생각되어 왔기에 나병의 치유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저주스러운 망상으로 잘못된 관념과 인식이 일반의 뇌리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 의학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상식은 나변은 치유되고 예방할 수 있으며 유전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병만을 특별히 저주스런 천형으로 생각할 근거는 이제 사라진 것이다.
우리의 낡은 고정관념이 나환자의 고뇌와 소외를 더욱 가중시킨 잘못을 벗어던져야 한다. 병자는 치유돼야 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일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등록된 나환자수가 약 3만 명으로 이중에 재가환자가 1만6천 명이요、전국 98개 정착촌에 1만4천 명의 환자가 그들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1976년을 기점으로 신환자수는 매년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나병퇴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병퇴치의 첩경은 조기발견 조기치료에 있다. 조기발견 조기치료를 받아온 재가나환자들은 건강인으로 안정된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한편 고급공무원、교수、교사、경찰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눈물봉사로 치유되었고 상흔으로 남은 부위마저 성형수술、이식수술 및 식모수술 등을 위한 기술교육 등으로 사회에 완전한 복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소외와 저주를 감수하며 투병하는 저들의 의지와 투혼을 격려하며 나사업가들의 숨은 노력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나병으로부터 의해 확언하고자 한다.
다음은 일반인의 나병에 대한 인식과 관념의 문제다. 한 나사업전문가는『나병의 퇴치를 위해서는 나환자들의 치료보다는 나병대중 계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우리모두의 나병에 대한 물이해와 나병퇴치의 자의결여를 지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그것이 비록 잘못된 관념이라 할지라도 오랜의식의 밑바닥에 깊게 박힌 인식이 그리쉽게 바꾸어 지지 않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이미 분명히 잘못임이 밝혀진 뒤에도 낡은 관념을 버리지 못함은 진실을 수용하지 않는 불성실이 아닐 수 없다.
나병은 결핵군과 유사한 균에 의해 발병하는 일종의 피부병이다. 나병균은 전염되나 대부분이 비전염성이라한다. 우리나라의 국립나병원에 재원환자 중에 전염성 환자는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나병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우리가 가진다면 90%의 환자는 고향에 돌아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병고의 고통만도 어렵거늘 우리의 나병에 대한 물이해가 그들로 하여금 가족과 격리시켜 감옥아니 감옥으로 소외당하는 시련을 겪게함은 나병에 대한 잘못된 관념의 타성이 빚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병을 남에게 전염시키지 않으려고 격리와 소외를 감수하며 병고를 외롭게 이겨가고 있는 나환자들을 위해 우리의 정성과 하느님의 자비를 빌고 치유자 등의 정착촌에는 그간 우리가 알기로 가히「천형」의 고통을 극복한 의지의 승리자로 오히려 우러러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할지언정 아무도 그들을 더이상 부당하게 버려둔체 무관심으로 냉대보다 더한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되겠다.
나병의 근치를 위해 우리는 먼저 나병에 대한 무지의 어두운 질곡에서 벗어나 참으로 오랜 인간사를 통해 병고보다 무서웠던 우리의 물이해 속에 인류의 죄를 대속한 그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따뜻이 맞아들여야 하겠다.
우리 모두 스스로 물어보자. 『나는 그들에게 누구였던가?』내가 참되고 겸허한 그들의 이웃일 수 있을때 나병의 근치는 하느님의 이웃일 수 있을때 나병의 근치는 하느님의 사랑의 징표처럼 이루어질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