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밤、내가 별똥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진다면 나를 알던 주위의 사람들은 과연 어떠한 말들을 던질까.
물론 死者에 대해 그 상황과 환경에 어울리는 대화를 주고받을 것이다.
오늘따라 내삶의 짧은 자취가 되돌아 보여지고 현재의 자신이 한결 되씹혀 질수가 없다.
『의사선생님! 이병은 고칠수 있읍니까? 병만 고쳐주신다면 저의 모든것을 아낌없이 바치겠읍니다』절규에 가까운 아버지의 울부짖음…(눈을 감자) 아무 생각없이 맞고 보내는 하루가 내 아버지에겐 가망없는 절망과 피를 말리는 고통의 하루였으리라. 아들의 행복을 위해 가진 모든것을 내놓겠다던 아버지의 소중한 사랑앞에서、과연 나는 행복해질 수가 있을까? 라고 반문해 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죽을것이고 또한 죽음은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른다.
언젠가 TV에서 사형대를 눈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평화로운 평정으로 주님과 조국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본적이있다.
나는 그에게서 인간의 존엄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의연한、성스럽기 조차한 죽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고통과 불행을 체험하고 있다. 나에게도 고통은 찾아왔다. 나병(癩病)의 십자가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미 죽음이 각오돼 있고 주님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죽음과 고통ㆍ공포 등이 그다지 두려운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 죽음은 우리가 영원을 향한길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것을…
지금은 어두운、깊은 밤이다. 창밖에는 소리없이 눈이내리는 고요한 밤이다 보잘것 없는 조그만 병실、그러나 나에겐 소중하기 이를데 없는 보금자리이다.
언제나 한결같이 반겨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나무십자가상…모든 것이 잠든밤、멀리 종소리가 유달리 뚜렷하게 달려오는-고통과 괴로움 시기 모함 명예 그외 살기위한 아우성、이러한 것들을 잠들게 하기위해 고요히 눈이 내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이브. 평화의 왕이 탄생하신 거룩한 밤、애련을 놓아버린 사랑의 밤、이제는 갈길이 정해진것 같다. 야망도 집념도 의열도 없이 오직 사랑이신 주님만이 내안에 자리하고 계시는 밤이다.
『주여! 나를 당신의 원의대로 하시고 당신의 풍성한 은총속에서 사랑받는 평화의 도구가 되게 축복해 주십시오. 당신이 서서히 내게 다가오시니 내모든 슬픔과 외로움이 사라집니다. 언제까지나 제곁에 계시어 제안의 작은 신앙의 씨앗이 꽃필때까지 지켜 주십시오…』
성당의 황촛불이 나의 마음에 미소를 던지고、소망을 기대하는 신자들의 눈망울이 가슴을 찌른다.
『천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신자들의 합창이 하나의 장엄한 협음이 되어 엄에 불타고 내안의 고통과 절망이 사라지면서「순간」이「영원」으로 탈바꿈된다. 슬픔과 외로움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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