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지껄이는 저를 용서하여 주소서. 순진한 아이처럼、술취한 아빠처럼 또 환자처럼 그저 지껄이고 싶은대로 지껄이게 놔두시고 보아주십시오. 세속적으로 먹은 나이와 얼굴과 위치를 도무지 의식하기가 싫습니다. 지금 동그란지 어떤지 형태가 또렷하지 않은 靈만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무 부담없이 나왔으니다.
뭐라 하신다면 자라목처럼 쏙 들어가버리고 영영 안나올 작정입니다. 주님께서 잘아시다시피 피난시절에 부산여고 기숙사에서 임시로 살때 저는 개궂한 아이였지요
복숭아 나무위에 올라가서 옆짚에서 기르는 개와 돼지를 내려다 보는것이 큰 일과 혼이 났지요. 그리고 대나무 빗자루로 잠자리떼를 쫓아다니면서 잡아서 꽁무니에 실을 매어날리는 장난도 했지요. 어떤때는 실을너무 세게 매서 꽁무니가 잘려 나갈때도 있었지요. 누군가 잠자리등을 보면 부처님이 계신데 너같은애는 큰벌을 받게 된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무서워서 그런 장난은 그만두었지요. 그리고 이웃에 고양이를 기르며 혼자 사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을 읊으시며 날마다 절에 나가는것을 보고 부처님이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했지요. 더구나 염주를 듣고 주문같은 것을 외고있는 것을 보면 더욱 마음이 이상해졌읍니다. 그무렵 친구엄마가 피난중에 정신착란증에 걸려 히죽히죽 웃으며 괴상하게 구는것을 보았는데 그 세계가 궁금해졌읍니다. 또 꿈의 세계도 이상했읍니다. 무서운꿈을 꾸고 있는동안 나를 그렇게 알뜰이 살펴주시던 부모님도 아무 도움의 힘을 뻗쳐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외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웃에서 병을 앓다가 죽어간 사람도 보았고 가정불화로 젊은여자가 자살한 것도 보았습니다. 엄청난 또하나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읍니다『며칠후 며칠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하며 교인들이 부르는 장속고의 여운이 가슴에 아직도 어둡게 남아 있읍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무시무시하고 소름기쳤읍니다. 관속에 뻗치고 누운 현상을 생각하면 내몸이 갑자기 굳어질것 같아 겁이 났읍니다. 그집 근처도 지나다가기가 싫었읍니다. 그리고 나는 안으로 안으로 기어드는 내성적인 성격이 되었고 방문을 잠가놓고 책을 보고 사람얼굴만을 마구 그려댔읍니다.
혼자 생활에 익숙해졌고 누가 오고가는 것이 다 싫어졌읍니다. 그때 주위식구들은 나를 조용한 문제아로 생각했읍니다.
항상 따지려들고 까다로왔읍니다. 종교적 갈망이 극심하여 여기저기 방황했읍니다. 한참후 성년이 거의돼서야 아버지께서 동생과 성당으로 인도하셨읍니다.
이때에 비로소 30년 냉담한 아버지께서 다시 돌아오신 것입니다. 두딸이 영세받던날 아버지께선 흐뭇하게 뒤에서 지켜봐 주셨습니다. 4년후 아버지께선 예전에 이북에서 보좌신부님으로 계시던 잘아시는 신부님의 종부성사를 받고 선종하셨고 1년후 저는 그신부님 앞에서 혼배를 했읍니다. 주님의 특별한 배려였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후 성당이 가까이 보이지 않자 슬그머니 쉬었읍니다. 생활속에서 너무 숨가쁘게 헐떡이며 살았기에 죄의식조차 없었읍니다. 영적인 것을 찾기엔 너무 물질의 고갈에 시달렸읍니다. 애써 지었다 저는 헛수고의 반복속에 허무를 느꼈읍니다. 군주의 성처럼 지은 나의 집이 감옥같이 느껴져 작은 서민아파트로 옮겼읍니다. 문앞엔 성당이 우뚝 솟아 있었읍니다. 첫발을 내딛었을때 쏟아지는 눈물로 얼굴을 들지 못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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