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세계는 한없이 넓고 맑고 아름답다. 어른들이 지겹게 느끼며 살던 환경속에서 마냥 즐겁게 잘자라준다.
결혼한지 일년이 되어 꿈에 부푼 그이는 집을 짓자고 했다. 무일푼인 우리는 회사직원 중에 집없는 이들과 합세하여 인천 변두리 야산을 헐값에 사서 은행융자를 내어 사우주택을 지었다. 한집이 대지 백평에 건평22~25평 되게 26채를 지었다. 위치결정은 제비뽑기를 하였는데 우리에게는 특별히 우선권을 주어 먼저 고르게 했다. 경험없던 차에 제일 앞이 좋을것 같아 메꾼자리인 제일 앞쪽을 택했다. 앞마당을 넓게하기위해서 뒷쪽에 바싹 밀어붙여 집을 지었다. 그해 겨울이 되었다. 벌판으로부터 불어대는 바람의 방파제 노릇은 우리집이 하고 있었다. 담이 몇번이나 넘어갔고 상수도、하수도가 손댈새도 없이 얼어터졌다.
외관상으로는「불란서」식 고급주택이었으나 난방시설도 못한 속빈생활이고 보니 죽을 지경이엇다. 그해 여름이 되어 장마가 퍼부었다. 미처 석축을 쌓지않고 잔디를 입혀준 뒷담밑 둔덕이 우르르 무너져 장독까지 넘어가 산산 조각이 나고 장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리꿈도 장단지처럼 조각난 것이다. 자칫하면 집이 무너질것 같아 이웃에 피신하여 밤을 지새고 아침이 되어 가보니 기반까지 내놓고 을씨년스럽게 서있었다. 마치 치부를 드러낸것 같아 견딜수가 없었다. 우리는 주저앉아 있을 수 만은 없었다. 감정원을 불러 진단을 받았다. 석출만 쌓고 수리를 좀한다면 우리부부 늙어 죽을때까지 살 수 있다고 했다. 빚을 얻어 석출을 쌓고 수리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그리고도 소소히 손댈일이 생겼다. 우리는 몇년동안 폭싹 늙어 버렸다.
아무도 집주인으로 보아주지않고 이집을 지켜주는 머슴부부로 보는것 같았다. 그런중에도 두아이는 토돼지처럼 탐스럽게 커갔고 건강했다. 앞도랑에 나가 올챙이를 잡고 뒷산에 뛰어다니며 풀꽃을 따왔다. 이따금 페치카로 통하는 지붕위 굴뚝에서는 새들이 잠자다 떨어져나와 거실을 날아다는곤했다. 앞마당 잔디에선 메뚜기가 튀어 다녔고 다산형인 바둑이가 다섯강아지들과 딩굴기도 하는 낙원이기도 했다. 좋은 나무를 하나씩 구해다 심었다 장미원도 만들었다. 그러나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별로 즐겁지가 않았다. 그러던중 허약한 중에 세번째 아이를 조산하여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다. 죄인이 된것 같아 바깥출입을 하지않았다. 평생 살자던 집이 싫어졌다. 타협끝에 내놓기로했다. 나외에는 결코 누구도 이집 주인이 될수 없을것 같던 집에 주인이 나섰다. 하자를 다 일러주고 싸게 팔았다.
그리고도 송구스러워서 식구와 다름없던 바둑이도 주고 남은 연탄이며 생활에 필요한 잡동사니로 가득한 광속의 내용물까지 몽땅 주고 축복까지 아끼지 않앗다 그리고 얼마후 인사차 찾아갔더니 구조도 바꾸고 세까지 두어 편안히 잘사고 있었다 꿈과 현실의 차이를 비로소 역력히 알 수 있었다. 가끔씩 적색단풍이며 내 생일기념으로 심은 리리나무가 얼마나 컸을까 궁금해 진다. 결코 남의 재물을 탐하는 것이 아니겠지.
그당시는 인생의 패배자같아 동네사람들과 이별하고 돌아설때 뒷퉁수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수도자가 환속하는 듯한 묘한 기분에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항상 오늘은 새날이고 희망적이어야 한다는 진의(眞意)를 알고 있기때문에 우리는 배우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상처는 아물어지고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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