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의 사순절은 3월 4일의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된다. 해마다 맞는 사순절이지만 1981년 오늘의 사순절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한 의의를 발견해야 한다. 원래 사순절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기 전에 수난과 죽음이있었던 것과 같이 교회의 부활축제 이전에 四旬節이란 단식기간이 선행된데서 시작되어 대그레고리오 교황이래 재의 수요일부터 만 40일간의 단식절(사순절)을 지키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기간은 단식과 기도와 자선의 세가지를 위주로 주의 수난과 죽으심을 깊이 묵상한는 동시에 주의 사랑의 정신을 특별히 실천하는 시기로 삼아왔었다. 그리고 이기간의 실천사항의 정신에 대해 금년의「재의 수요일」복음은 너무나도 명백히 천명하고 있다. 먼저「단식」에 대하여『너희는 단식할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말아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하고 다음에「기도」에 대해서는『기도할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하고 끝으로「자선」에 대해서도『자선을 베풀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말라』고 경고했다. (마태오 6.1~6, 12-18)그리스도께서도 그 당시의 제자들과 미래의 모든 신자들에게 미리 이러한 유혹에 빠질 위험을 내다보시고 당시의 바리사이파들의 위선적 행위를 지적하면서 엄중하게 경계하신 것이 바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전적으로 적중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인간들의 생활이 다양화되고 생동화 됨으로 인해 옛날과 같이 의무적으로 단식을 많이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불합리하고 불편함이 많다는 것이 인정되어 근자에와서는 단식에 대한 규정은 많이 완화되어 40일 기간중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의 이틀에 불과하게 단축되었다.
즉 단식은 하나의 행위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이 단식의 정신즉 절제와 자기를 비우고 하느님에게 마음을 열어놓는 겸손의 근본정신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또 기도에 대해서는 예수께서 공생활중에 자주 보여주신 시도의 모습 특히 겟세마니에서 최후의 땀 흘리신 기도의 모범을 따라 이 사순절기간에 예수의 수난ㆍ죽음 그리고 부활에 우리의 갖가지 고난과 죽음과 영원하 삶이 합일 되도록 절실한 기도를 올리기에 가장 합당한 때임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를바가 없다. 끝으로 자산행위 즉 이웃사랑에 대해서는 오늘의 시대에 특히 절실한 문제이다. 아무리 단식을 많이하고, 기도를 열심이 한다하여도 이웃에 대한 자선행위가 수반되지 않으면 그것이야 말로 울리는 꽹가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생명이고, 또 하느님 사랑도 결국은 이웃사랑으로 통해서만 완전하다는 것을 사도요한이 강조한 바이고, 또 예수께서 최후심판의 기준을 명시해 주신 마태오복음 25장에서도 밝히신바와 같이 가장 보잘것 없는 형제 한사람에게 베푼 자선은 곧 예수 자신에 대한 행위임을 천명하셨음을 볼 때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사명은 하느님안에 이웃사랑을 통해 이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만드는 것에로 종합된다.
교회의 가장큰 축제가 부활절이고 또 그것을 준비하는 시기가 사순절이므로 사순절기간의 단식과 기도와 자선의 실천은 신자생활의 가장 중요한 행동강령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도 특히 이웃사랑이 중심이 되어야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서구사회의 그리스도교 국가에서는 사순절의 이웃사랑으로 세계의 가난한이와 불쌍한 이를 위한 자선행위가 커다란 성과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오직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이른바 이웃돕기 운동을 잠시적으로 실천하는데 그치고, 아직도 사순절의 이웃사랑의 자선활동은 정착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도 이삼년전부터 인성회에서 사순절 이웃사랑의 운동이 제기되어 차츰 진척을 보이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더욱이 금년은 가장 보잘것 없는 형제의 한부분인 신체장애자를 위한 자선행위를「세계 신체장애자의 해」행사에 맞추어 다양하게 계획하고 있는 것이 매우 기대할 만한 일이다. 금년 사순절은 이러한 각도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을 위한 이웃사랑으로 이 사순절을 맞이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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