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남은 소신학교가 마저 문을 닫는단다. 공식적인 이뉴는 잘 모르겠고 그곳에서 일하는 동료 신부가 들려주는 원인이란것들도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물론 경영 관리에 어떤 문제점들이 돌출되었겠고 그래서 내려진 결정이겠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어떻든 주교님들이 인준하신 결정이고 경영 책임자이신 서울교구 주교님이 결정하신 바니 피치 못할사정과 책임있는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믿고싶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어린시절 6년이란 기간을 그곳에서 지내 청소년기의 많은 추억들을 담고있는 모교가 문을 닫는다니 못내 서운할 뿐이다. 더구나 명예로운 폐교가 아닌 자폭(?)의 성격을 지녔기에 더욱 안스럽고 약간의 분노까지 느끼게 되는데 쓸데없는 감상일까!
어차피 되어버린 결정이니 그곳에서의 재미있었던 일들이나 적어보며 마음을 달랠까 한다. 사실 소신학교에서의 에피소드를 적는데는 거의 아무런 노력이 필요없다. 왜냐하면 잠깐 그쪽을 향해 머리만 돌려도 영화필름이 돌아가듯 재미있었던 일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침대에 습관이 안되어 운동하는 꿈을 꾸다 침대에서 보기 좋게 낙하하던 일, 이경우 어떤 친구는 떨어진지도 모르고 그냥 자다가 아침기상 소리에 놀라 일어나다가는 이마를 침대에 부딛혀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흑을 달고 다닌 경우도 있었다. 기상벨이 울렸건만,『1분만. 30초만』하다가 언제 오셨는지 살짝 다가온 교장 신부님께서 이불을 홀딱 벗기시던 바람에 기겁하던 일, 『아그리꼴라, 아그리꼴래』 하면서 발음도 잘안되는 중1때의 라띤어 공부, 청소할 때 윤내라고 나누어 받은 초를 감추어 놨다가 화장실에서 켜놓고는 학교중앙에 있는 은행나무 열매를 구어먹던 일, 주일이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칠줄 모르고 축구ㆍ 배구ㆍ 농구ㆍ 송구를 번갈아가며 하던 일, 규칙을 안지켰다고 벌로 양어장에 펌프질 천번씩 하던일, 『떠든 사람 양심껏 나와』 라는 교장 신부님의 지상명령에 마음속의 선사와 악마가 싸우다가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나가서는 종아리를 얻어맞고도 천사가 이겼다고 기뻐하던 일, 잘못했다 하여 식당바닥에 꿇어서 밥먹던 일,『죄가 없으면 강복이나 해주심이오』라고 말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고백성사를 보아야 한다는 영적지도 신부님 말씀에 그런 성사를 (?) 보고 싶어서 한주간에 내내 침묵도 잘지키고 방실방실 웃기만 하다가 고백성사 보기 바로 전날인 목요일 오후에 운동을 마치고 찬물을 마시면 배탈난다고 갈증에 타는 목을 달래며 식혀논 끓인물을 먹으러 왔다가는 그물통이 두어 발짝 건너 실내에 있기에 실내에선 실내화를 신어야 하는 규칙을 지키기위해 적어도 5분은 더참으며 실내화를 갈아신고 와야하나, 아니면 그냥 먹으러 실의화를 신은채 실내를 침범해야하나 하고 망설이던 갈등, 방학하기 두달 전부터 방학이 며칠남았고 식사는 몇번 간식은 몇번 남았다며 계산하다가는 방학전 9일 기도때가 되어『오, 예수…』하며 9일기도 노래할때는 성당천정이 덜커덩 거릴 정도로 소리지르던일… 적자하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아쉽다하여 추억을 적든다 한들 무슨 좋은 결과가 있으랴. 다만 소신학교 폐교란 사실은 우리교회의 하나의 단면이라 할 수 있느니 만큼 원인분석과 함께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하리라 믿는다. 핑도는 눈물을 억제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침몰전의 이름을 불러보고싶다.『성신 고교여, 나의 모교여, Alma marer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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