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말을 전혀 공부하지 못하고 무조건 이곳으로 날라온 후 이태리어 미사에 처음 참여했을 때 20여 년 전 우리 신자들이 바로 이런 기분으로 전례에 참여했겠구나 생각했다. 신부가 손을 벌렸다. 모았다 하는 것이라든가 신자들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것 쯤이이야 너무나 익숙하지만 성경도 기도문도 그 어느하나 귀에는 들어오지 않고 성가마저 생소했다.
이런 답답함 때문인지 라띤어로 미사를 붕헌하던 시절에 그 미사를 풍자하여 만든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이런것이 있다.
미사시작때 신부와 북사가 나와서 신부가 모자를 벗어서 복사에게 주면 복사는 얼른 받아 감추고는 모자가 어디있느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대답하여 신부는 모자를 잃어버렸느냐고 신자들에게 호령해서 순진한 그들에게서 돈을 걷어내고는 태연스럽게 빵을 먹고 술을 마시다가 미안하니까 신자들에게 빵을 조금 나누어주고 끝날때쯤 복사가 모자를 찾았다며 다시 갖다주면 신부는 기뻐하며 그 모자를 쓰고 퇴장하는 것이 미사라는 엉뚱한 이야기말이다.
그 당시의 미사에 참여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애해하기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이 당시의 개인경험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행복하게도 1학년때 집근처에 새성당이 세워져서 그때부터 복사를 하게 되었는데 라띤어 경문을 외울 수가 없어 상급생과 한조가 되어 소복사라는 것부터 시작됐다. 즉 주례자 왼편에서 복사하는 것으로 하는것 이라곤 고작 미사경본을 옮기는것과 사제가 손을 씻을 때 수건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복사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복사대장에게 대 복사를 하겠노라고 졸라대면 경문을 외울것을 독촉했다. 헌데 머리도 아둔하였거니와 도대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헤도 안 돌아가는 라띤어를 외우자니 아무리해도 되질 않았다. 몹시도 춥던 어느날 대복사로 지명되었던 상급생이 오질 않았다. 복사라고는 소복사나 겨우 해왔던 꼬맹이 하나밖에 오지 않았다.
『너 경문 욀줄 알아?』라는 본당신부님의 물음에 주저할 사이도 없이 옆에 서계시던 수녀님이 쿡 찌르는 바람에 얼떨결에『예』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대망의 대복사 첫날이 시작되었다. 주머니속에 꼬개꼬개 접어 넣었던 반은 이미 달아없어진 라띤어 경문 종이를 본당 신부님이 아실세라 감추며 손바닥에 펴들었다. 처음은 잘나갔다. 그러나 평소 연습때도 그랬지만 고죄경에 가서 딱 막혔다.
성인들 이름을 격변화 시켜가며 두차례 불러야 되는데 자꾸 먼저것만 생각이나고 두번째와 그것에 연결되는 끝부분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되돌아가서 첫번째 것으로 세번정도 성인들 이름을 읊게되고『애라 모르겠다』싶어 경문적은 종이를 펴며 맨 끝부분만 얼른 찾아 서너글자를 끝소리로 잃어버렸다. 그랬더니 고맙게도 본당 신부님이 그냥 넘어가셨다.
이일이 있은후부터 대복사를해도 되는자격을 부여받았지만 한동안 엉터리로 중얼거리다가 끝부분만 큰소리로 해버리는깃을 계속했었다. 왜 이런 이야기들을 했는가하면 동방전례를 한다하여 찾아본 꼬스메딘 성모 성당에서 전례를 희랍어로 하고 있었기에 문득 옛생각이 났던 것이다.
이성당에서는 크리소스또모 성인전례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전례와 흡사한면도 있지만 서너가지가 눈에 띠었다.
미사전에 제물과 제구들을 축성하는에식향을 뿌리고 기도하고 미사때사용할 것들이니까 아직 본의미의 성체이 아닌 선별한다는 의미에서 거행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봉독전에 성경책을 들고 성대한 그레고리안보다도 더 원시적인 리듬의 성가를 사제와 신자들간에 게웅으로 부른다.
이런 성가는 참으로 길고 심지어 강론도 노래로 한다.
우리전례와 비교해 연구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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