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의 구원을 그 소명으로 하는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르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교회는 성사와 교육을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신자교육 뿐 아니라 모든 인간교육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교육의 원천적 권리와 의무는 그 부모에게 있다. 그러나 그 교육을 도와야할 또 하나의 독자적 의무를 지고있는 것이 국가와 교회이다. 비록 가정이 현세적인 생활력을 교육하고 국가가 애국심과 국가적인 이익을 위한 국민교육을 시키고,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교육한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완성에 있으므로 상호간의 협동이 불가피하게 된다.
오늘에 와서 인간교육의 가장 많은 몫을 말아 있는 것은 학교교육이다. 지각이 생기면서부터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고, 국민학교로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학교교육이 시작되어 거의 성년이 되기까지, 또는 사사이 형성되기까지 그 학교교육이 계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교회는 제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 여러가지 학교를 경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교회가 학교를 경영하는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교회의 초자연적 모성에 의하여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고, 이 소명은 그리스도로 부터 받는 것이다.
즉 교회는 인간의 초자연적 생활을 계도하여 하느님의 창조 목적에 맞는 인간으로 완성시키는 기능과 임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회가 학교교육을 통하여 가르쳐야 할 것은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진리를 가르치고, 종교적인 관점에서 하느님을 모독하는 모든 이론과 교육을 밝혀 비판하고 청소년들이 종교적 진리로부터 어긋나지 않도록 보살피며 그릇된 교육과 지도를 감시하는 일이다.
부모와 국가와 교회는 저마나 독자적인 교육의 권리와 의무를 지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중의 어느 하나가 국민의 교육을 독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적 단결이나 이데올로기의 일치나 국가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학교교육을 독점해서는 아니된다. 즉 종교적인 학교교육이 안정되어야 하고 부모 또는 본인에게 종교학교 또는 국공립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가톨릭 교회가 경영하는 학교를 가톨릭 학교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매우 애매하다. 단순히 가톨릭 재단이 경영하는 학교라는 의미로 불리워 지기도 하고, 교장 또는 교사가 대부분 성직자나 신자로 구성되어 있는 학교라는 의미로 불리워 지기도 하고, 또 더러는 귀족적인 학교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가톨릭 학교의 바른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가톨릭 학교는 반다시 성직자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재단이 반드시 교회재단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찌기 메르시에르 추기경은 그 유시에서 비록 국공립 학교라고 하더라도 그 교사들이 가톨릭 신자이고 그리스도교 생활을 모범으로 하여 교육하는 학교는 가톨릭 학교라고 하였고 교황 삐오 11세는 그의 회칙에서 가톨릭 학교라고 불리우기 위해서는 종교적 교육을 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교육내용·학교관리·인사관리·교과목·교재 등이 진실히 그리스도교 사상을 따라야하는 동시에 교회의 지도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른바 가톨릭 학교 가운데서 이상과 같은 조건을 구비한 곳이 있는가? 없다면 아직도 그런 조건을 구비할 수 없는 현실인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우리 교회가 경영하는 학교는 아직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러므로 적어도 고등학교 교사까지는 어느 교과에 있어서나 교사자격증을 갖춘 가톨릭 신자교사도 가톨릭 재단이 경영하는 학교가 그 채용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가톨릭이 경영하는 사립학교보다는 국공립학교로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제대로의 가톨릭학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본다.
이와같은 관측이 사실이라면 가톨릭이 경영하는 학교측에나 가톨릭 신자인 교사측에 다같이 크게 반성할 문제가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그 학교 교육의 감독과 지도를 말아야 하는 교회측에서도 함께 반성할 문제이다.
교육은 전문직이고 학교 경영도 또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교구마다 그 전문적 식견을 갖춘 가톨릭 성직자 또는 신자로 구성된 연구지도 기구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 활동을 통하여 교회가 경영하는 모든 학교는 명실공히 가톨릭 학교로서의 내실을 갖추도록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배려가 실현되지 않는한 가톨릭 재단이 학교를 경영하는 본래의 의미가 없어지고 또 가톨릭 신자교사라 하더라도 구태여 이름뿐인 가톨릭 학교에 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톨릭 학교는 다른 국공립학교나 사립학교보다 가장 보람있고 진실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실효를 거두어야 할 것이기에 각 교구에서는 그 산하에 있는 학교를 재점검하고 교회의 소명에 충실할 수 있는 가톨릭 학교로서의 면모와 내실을 갖추는데 가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뿐아니라 또한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교회가 학교교육에 더욱 주력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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