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천공소에 휴양차 온지 8개월째, 세월의 빠틈을 실감하면서 은하의 계절 겨울의 시골설경이 그동안의 감회를 새롭게했다.또한 시골의 인정·공기·고요 등을 도심지로 옮겨놓고 싶은아쉬움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암당한 기분으로 이 공소에 도착했을때 주일 참례자는 회장님과 어느 할머니 그리고 나 3명뿐이었다.농번기여서 그렇겠거니 생각했지만 6개월정도 지나면서 결코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사실들을 발견했다.
현재 42동에 7백가구, 인구는 약3만 명은 넘을것 같은 이 자천면에 하나밖에 없는 자천공소에는 봄 가을 판공때만 나오는「체면신자」, 적당히 사는「적당신자」와 어린이·학생을 모두 합쳐 약 70명 정도. 이중 중학생은 15명 정도나 되나 이들을 지도할 이들이 없어 종교교육은 그냥 방치상태이고 어린이는 파악조차도 못하고 있다.그러나 봄 가을 판공때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올때면 축제분위기로 일시 변하나 이들이 본당으로 돌아가면 아쉬움만 남고 예전상태로 되돌아간다.
이 자천공소는 옛날에는 성당으로, 한때는 부산의 최재선 주교님이 주임신부로 활약하신 곳이기도하다.그러나 최 주교님이 일제의 탄압으로 투옥되신후 지금까지 50여년간이나 신부나 수녀를 모시지 못한 공소로 남아있다. 당시만해도 상당히 많은 신자들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냉담자와 이농신자들로 그때의 반도안되는 신자들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자천공소는 덩그러니 서있는 잘 지어진 한식건물과 약 8백평의 넓은 대지만으로 옛날을 그리며 침묵하고 있다.
이렇듯 시골 공소는 이농현상의 심각성 속에서 지도자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교세는 날로 줄고 젊은이들은 직장이나 진학을 이유로 시골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뭣보다 중요한것은 남아있는 이들이 무의식 중에 갖는 열등의식 때문에 인간의 귀한 영혼이 질식되고 희망을 상실한 소극적인 삶으로 살아가고 신앙생활을 적당히하는 자세이다.
그 풍성한 인정미·인간의 존엄성을 아는 의리·자기것만 만족하는 소박성 등을 지녔던 시골사람들이 문명의 발달과 함께 온 물질만능주의에 늦게나마 접하면서 신앙생활 보다는 돈을 버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일년내내 힘을 대해 일해도 자녀들의 교육비가 부족하고 성당에 오려면 적은 헌금이 걱정되는 이들이기에 주일참례보다는 돈을 버는 일을, 하느님 중심의 신앙생활이라기 보다는 인간중심의 신앙생활에서 벗어날 줄을 모른다.
단지 나름대로의 신자생활을 하면『나는 구원되겠지』하는 이기주의에 빠져「하느님 안에서 모두한 형제」라는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더욱 마음 아프게 하느것은 각개인에게 주어진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심이 교회생활을 희박하게 하고 예사로이 교회에 안나오니 신과 신앙얘기는 어디에서 누구와 나눠야 하는가?
가진자와 먼저 깨친자는 가진것과 아는것을 나누어 가짐이 하느님의 정의가 아닐런지?
비단 이공소 뿐만은 아니지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이여, 이공소를 도와주십시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물질의 노예가 되어가는 이들에게 이들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깨달아 희망안에서 도시와 농촌교회가 한형제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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