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유적 유물들을 보노라면 놀랄 일이 참으로 많다. 어떤 것들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중에는 해학적인 것도 있어 우리에게 무언가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이런것 중 하나가 소위「진리의 입」이다. 사람얼굴 형태의 둥근 돌인데 그 입에 손을 넣으면 진리속에 사는 사람은 괜찮지만 거짓과 천한 사람은 그 빵뚫어진 입에 손을 넣으면 그 입이 다물어져 손을 문다는 돌이다. 어느 주일날 마침 그들이 보관되어 있는 꼬스메딘 성모성당이 동방 전례를 하는 성당이라 그 전례에 참여해 보려고 가서 그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곳에 가기전에 동료 신부에게 길을 물을때 그 신부가「진리의 입」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 버스 안에서는 계속 그 돌 생각만 하고 있었다.
『과연 나는 내 손을 그 입에 넣을 수 있을가? 넣으면 그 돌이 가만 놔 둘까?』아무리 생각해도 영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엉뚱한 것을 생각하게도 되었다. 『진리란 무엇인가? 이간은 어차피 육을 가지고 있는데 진리하고만 친한다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그리고 진리만을 추구하며 살아야할 이유는 무엇인가?』이런식으로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막상 그 돌을 보는 순간 겁이 덜컥났다. 눈을 부릅뜨고 심판자처럼 노려보고 있지 않는가! 신부라는 이름하에 위엄 가득히 진리를 선포한다며 떠들어 댔지만 사실 자신을 돌아보면 성무일도 그어느 찬미가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기도를 하루에도 몇번씩 바쳐야 할 사람이니 말이다.
『주님께 겸손되이 간구하오니 우리맘 거룩하게 지켜주소서. 욕정의 쾌락일랑 몰아내시고 세속의 속임수도 막아주소서. 성난다고 싸움까지 이르지 말고 먹어도 과식일랑 범하지 말며 주림이 우리힘을 쇠잔케 말고 부끄러 사치생활 없게 하소서』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들 앞에 장승처럼 서 있는데 어떤 중년부인이 다가와서는 친절하게도 그 돌의 뜻을 설명해주며 남의 속도 모르고 그 입에 손을 넣어보라고 재촉 했다『무척 두렵네요』하고 주저했더니 그 부인이 먼저 그 입에 손을 넣었다 꺼내며 쳐다보고 웃었다. 그래도 감히용기가 나지않아 그 부인이 떠나고도 얼마동안 그 돌앞에서 서있는데 미사시작 종이 울렸다.미사는 참 재미있었다. 물론 다 좋은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배울점도 많이 있는것 같았다.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열심히 기도했다.
좀더 진실되게 살게해 달라고. 그리고는 성당에서 나와 그 근처 옛 신전들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도리려는데 뜻밖에 내입에서『너희 죄악이 진홍색 갈을 지라도 눈과 같이 희게 되리라』『나는 죄인이 죽기를 원하지 않고 희개하기를 원하노라』선한 사람 아흔아홉 보다 희개하는 죄인 하나를 하늘 나라에서는 더욱 기뻐할 것이다』등의 옛날에 불렀던 성가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도대체가 그런 방향으로는 생각도 안했던 것인데 우리 죄악이 진홍색 같다는 것은 어떤 행위의 죄만은 아닐테고, 인간이 어차피 가져야할 선성과 악성사이에서 고민할때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주님께 가야하고 가지 않으면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말씀 그러니까 자신의 힘만을 믿고 노력해서 선한 사람이 된 사람보다는 비록 죄악의 구렁텅이에서 고민을 하더라도 결국 주님께로 달려가는 사람이 더욱 낫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런 일이 있은후 방에는「진리의 입」사진이 십자고상 옆에 붙어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글을 쓰는 이순간도 계속해서 나를 노려보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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