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쓰고 있는데 친구 신부가 전화를 하고는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가톨릭신문에 「일요일마다 하는 한심한 이야기」란이 있어 몇자 적는다』고 답했더니 금방 알아듣고는 『日曜閑談을 그렇게 엉터리로 알아듣고、로마에 와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국어 공부나 하고 있는 사람 이야기 말고 더 한심한 이야기란 없을테니 그 사람 이야기나 잘쓰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보면 이말은 상당한 일리가 있다.
그건 그렇고. 일전에 히브리 음악에 대해서 특강을 들은적이 있다. 그 분야의 독보적 존재라는 강사 소저에 걸맞게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교수의 강의였다. 강의 끝에는 자신이 수집한 유대인 가정、또는 「시나고가」에서 불리워지는 성가를 들려주었다. 특징은 악기 사용이 없고 박자가 매우 독특했다.
그 교수는 구약 성경이 문자화 되지 않은채 전수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런 종교음악이 암기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성가를 들으면 즉시 떠오른 것은 우리의 연도였다. 우리는 누가 세상을 떠나면 그 집에 모여 함께 거도를 하는 아름다운 풍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때 소위 우리의 연도는 때로는 단순히 읽혀지지만 많은 경우 『주여 나 깊고 그윽한 곳에서…』하며 어떤 음률에 맞추어 기도한다. 이것은 리듬이야 물론 다르지만 형식은 히브리 음악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이때는 위의 교수의 말처럼 책을 볼 필요도 없이 다 외워서 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이 음률은 많은 젊은이들에게도 호감이 가서 제대로는 하지 못하면서도 노인들을 따라 하는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고 연도 말고도 어렸을때 공소에서 공소예절을 이런 식으로 읊으며 하는것을 보고들은 아름다운 추억도 있다.
요새 우리 교회내에는 전례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간다. 통일 성가집 이야기야 이제 고전에 속하고 매우 진취적인 이야기들과 움직임이 있는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 물론 외국에 있어 잘 모르니까 하는 말이겠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때 좀 서두르는 듯한 느낌도 있다. 왜냐하면 전례 음악의 토착화라는 명제가 너무나 당연히 요구되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니 그것이 그렇게 빨리 몇개년 계획을 세워서 달성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누구나 우리에게 맞는 좋은 성가가 작곡되어 지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분위기도 맞아야 할것이다. 그런데 통일 성가집의 출현이라는 긴박한 요청때문에 전례 음악의 토착화를 함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둘은 우선 별개의 것이다.
토착화가 빨리 될 수 있는 길은 우리 모두가 이제 더 이상 말로만 하지 말고 자기입장에서 무언가를 조금씩 시도 하는데 있다고 여겨진다. 위에 소개한 히브리 음악 교수가 일생을 바쳐 그 연구에 노력했듯이 이 분야에 헌신 하려는 사람이 물론 있어야겠고 그 교수가 수립했듯이 연도때의 음률같은 우리 전통의 것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은 물론 수집하는 사람도 있어야겠고 무엇 보다도 성가가 많이 불리워 질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본당마다 유치원 아이들 부터 노인들 까지를 연령이나 기타 조건에 알맞게 나누어서 합창단을 만든다든가 가족끼리 성가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든가 이런 모양의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러는 가운데서 좋은 성가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희망찬 이야기를 하면서 「한심한 이야기」란 제목이냐고 물을 것이다. 감히 전례 음악의 토착화를 위한 노력이 소용없을 것이라고 해서는 아니다 이제는 말보다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것도 실천이 아니라 하나의 말일뿐이니까 결국 한심한 이야기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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