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면 무엇을 전공할 것이냐고 많은 사람이 물었었다. 그래서 사목신학을 공부할 것이라 하면 어떤 사람들은 웃었다. 사목은 신자들하고 살면서 「하는것」이지 무슨 연구를 하며 그것도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한다니 우습다는 뜻에서이다. 사실 일리가 있다고 여겼었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웃을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건 그렇고 어느날 학교 게시판에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사목 강습회가 있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무척 관심이 많은 부분이라 첫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강습회에 갔었다. 오나가나 이런데 열성적인 분들은 역시 수녀님들인지 참석자들의 거의 90%는 수녀님들이 차지하였는데 한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녹음도 하고 적고 하는 장한 모습들은 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강의 도중 교수님은 은근히 자신의 독특한 주장 하나를 내세웠는데 그것은 「최후의 만찬」이란 말이 현상적으로야 맞는다 하더라도 내용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니 그 말 대신에 이태리 말로 「마드레 체나」라고 하자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말로 뭐라 번역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마드레」란 어머니라는 뜻이고 「체나」는 만찬이란 뜻이니 「母만찬」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은 이상하게 들리는 것 같고 「기원만찬」이라 하면 의미는 전달되는 것 같은데 너무 생소하다. 일전에 「Synodus」와 「공청회」를 가지고 가톨릭 신문 지상을 통해 토론이 있었다. 조금 감정적 대립이 있었던 것 같아 아쉬웠지만 어떻든 어떤 한 말의 근원을 찾아가며 본래의 의미와 견주어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좋을까 연구해 보는것은 바람직 하리라. 이러한 의미에서 그 교수님의 주장도 일리가 있음직하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제자들과 나누신 「최후만찬」은 단순히 제자들과의 고별인사를 위한 만찬이 아니었고 그 만찬이야 말로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빠스카 신비를 성사적으로 처음 이루신 만찬이었기 때문이다. 요새 이곳에서 한국인 신부들끼리 만나게 되면 가끔 귀국후에 어떻게 해서 조금이라도 우리 교회에 이바지할 수있을까를 이야기 한다. 현재 구라파에서 공부하는 신부와 신학생 수가 50명이 넘는데 이 숫자라면 무엇인가 할 수 있을것 같고 또 해야만 할 것같다. 소위 「토착화」라는 큰 명제의 실마리를 풀어 봄직도 한것이다. 그런데 이 작업은 어느 누구든 혼자힘을 가지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부들의 대화에는 『각기 공부하는 부분은 다르지만 어떻게 협력할 수 있겠는가』라는 주제가 가끔 등장한다. 그리고는 과연 무엇부터、시작해야 할 것인가도 논의된다.
철부지가 집을 떠나보면 철이 들고 조국을 떠나면 누구나가 애국자가 된다던데 이렇게 떠나있으니 교우들의 따뜻함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도 조금씩 더 커 나가나보다. 잊혀진 추억이 새로와지는가하면 아주 작게 보잘것 없이 생각되었던 것이 이곳에 와서보니 더욱 크게 확대되는 경우도 있고 몸은 멀어도 마음은 더욱 가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때도 있다. 성현들의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아 경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 모두 조국과 교회의 발전을 위해 강한힘을 길러야겠고 용어야 어떻든 주님의 만찬을 기념하는 미사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우리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한편 모두가 협력해서 2백주년을 맞는 성장한 교회로서 신학을 우리의 것으로 발전시켜 우리사회에 깊게 뿌리내리도록 해야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