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데레사는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 우리 나라를 다녀갔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저명인사로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기를 가난한 이와 동일시 한 그리스도』(마태오25ㆍ35)를 따르는 수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貧者의 어머니로 불리우는 그리스도의 딸이기에 데레사 수녀는 종의 빛을 던지고 갔다.
데레사 수녀를 통하여 「수녀의 빛」을 봤다는 어느 신문기자의 말대로 그녀는 수도자의 참 모습을 한국 백성에게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더욱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의 백성이 지니고 있어야 할 메시아적인 종의 실상을 한국 국민에게 뚜렷이 제시하고 갔다는 말이다.
『여러분, 진실로 한국의 가난한 이에 대해 알고 있읍니까? 나를 만나려는 열성으로 그들을 만나려 하고 있읍니까』이렇게 데레사 수녀는 모여든 청중들에게 절규하고 있다.
이 물음이야말로 데레사 수녀가 한국 가톨릭 교회와 더불어 모든 신자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심각하고 엄숙한 문제의 제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은 언필칭 한국 교회는 생동하는 교회라고 한다. 사실 성소도 증가하고 신자수도 많아지고 본당수도 늘어나 눈에 보이게 교회는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 역시 그리스도의 교회이기에 창립자 그리스도 예수의 관심사를 교회 자신의 관심사로 어느 만큼이나 하고 있느냐가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교회헌장에서 『그리스도가 성부로부터 파견된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을 낫게 하고(루까9ㆍ10)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인간의 弱性으로 고민하는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더우기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서 교회의 창립자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 안에서 그리스도께 봉사하기로 마음을 써야 한다』(8)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야말로 우리의 교회가 이른바 가난한 사람의 교회임을 똑똑히 말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문제는 깊은 성서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있는 그대로 또 있어야 할 모습、즉 가난한 람의 교회여야 할 것이다.
과연 한국교회는 貧者안에서의 하느님의 신비와 貧者에의 선교를 중심과제로 하는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여왔는가? 진정 한국교회는 복음의 권리에 의하여 교회에 속하는 가난한 이에 대해 『다 내게로 오시오』 (마태오11ㆍ28)라고 복음적으로 부르고 있느냐 말이다.
그러기에 데레사 수녀가 우리에게 던진 『한국의 가난한이에 대해 알고 있읍니까』라는 敎義的이라고 할 수 있는 심각한 질문을 거듭 되씹으며 통회의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가난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쏟고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는 필연적으로 부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 교회일 밖에 없다.
그것은 교회가 어떤 형태이든 외형까지도 가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난의 영성에 살고 가난의 모습을 외형적으로 드러낼 때 교회는 구원의 성사로서 인류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데레사 수녀는 짧은 방한기간중 겸손 복종 聖貧에 의거한 사람의 생활이 무엇인지 실제로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었다. 그 할머니는 그리스도의 딸 답게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발자취에 따라서 겸허와 자기포기의 길을 걷고 있는 거룩한 모습을 꾸밈새 없이 보여 줬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백성이기에 데레사 수녀의 이러한 수도자상을 통하여 『교회가 설립된 것은 현세의 영광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겸허와 자기포기를 전파하기 위한 것』임을 (교회헌장 8)거듭 거듭 되씹어야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만 한국 교회는 현대적인 사목적 선교적 사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사실 교회의 역사가 명증하고 있듯이 교회가 십자가의 신비와 가난의 신비를 잊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자기존재를 소홀히하며 이 세상의 권력이나 인간적 자연적인 수단에만 기대를 걸고 있을때에는 어쩔 수 없이 위험 선상에 놓여있게 마련이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데레사 수녀가 보여줬던 그 표양에서 교회와 더불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자를 비롯하여 모든 「작은 형제들」에 대한 사랑의 사명을 느꼈을 것으로 믿는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는 이 민족과 백성에게 마음을 열고 하느님의 사랑안에서 형제애를 실행하여야 하겠다. 그러나 외적활동에만 치중해서는 아니된다. 기도 묵상하는 교회의 사명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교회의 참모습 즉 가난한 사람의 교회이며 또한 그렇게 돼야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다녀간 데레사 수녀에게 감사하며 하느님의 은총이 그 할머니에게 풍성하기를 비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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