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오후, 교우 청년들과 어울려 간단하게 고추장 양념을 준비하여 바닷가로 나간다. 도시 본당에서는 아직도 일과가 끝나지 않아 바쁘겠지만 한적한 본당 사목자는 요런 희한한 재미가 있다.
도시에서야 서너번만 월요일날 낚싯대를 챙겨가도 그 신부 맨날 낚시만 다닌다고 소문이 나겠지만, 여기선 그것도 일종의 사목이라 생각해도 별로 쌔려볼 사람들이 없다. 미끼는 오징어 창자 한 양동이. 낚시에 오징어 창자를 감아 고기가 있을 법한 물속바위 틈에 던져 놓으면 소식이 온다. 한마리가 잡히면 한구멍에서 다섯마리 여섯마리가 계속 잡힌다. 주로 꺽뚝이란 놈이다. 입이 크고 아가미옆 지느러미에 침이 있는 고기다. 대개 가족단위로 몰려 살기에 잡기가 쉽다.
꺽뚝이는 입이 크고 식욕이 강하기에 그것 때문에 망하는 고기다. 낚시바늘에 오징어 창자를 아무렇게나 둘둘감아 던지면 엄마 아빠 아들 딸 구별없이 그냥 덥썩 물고 늘어지기에 누구나 낚을 수가 있다.
어린 아들녀석이 퍼득거리며 매달려 올라가는 것을 분명히 보고서도, 그리고 그 녀석의 입에 물렸던 미끼를 그대로 던졌는 데도 입을 대는 고기다. 사람은 말을 하는 혓바닥 때문에 재앙을 당하곤 하지만 혓바닥이 없는 꺽뚝이는 커다란 입과 식욕때문에 망하게 된다. 『물고기 형제들아, 식욕을 젤제 하여라』프란치스꼬 성인이라면 이런 설교를 했음직 하다.
물고기의 원죄는 입에 있을거야. 입으큰 고기를 낚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것은 낚시꾼 답지 않겠지. 낚시꾼은 오로지 물고기가 팔딱팔딱 매달려 끌여 나오는 그재미로 주일미사도 걸른다지. 아직 낚시꾼이 덜된 내게는 꺽뚝이의 그커다란 입이 불행의 동굴처럼 크게 부풀어오르는것 같은 착각이 인다. 그 입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난다. 닥치는대로 뭐든지 집어삼키면서 배를 불리는 사람들, 먹기위해, 더 잘먹기 위해 편히 앉아 잘먹기 위해 자리를 캄하고 그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가면서, 심지어는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설치는 사람들, 그들이 꺽뚝이의 커다란 입속에서 꾸역꾸역 나오고 있다.
환상일까. 사람의 모습을 한 물고기들이 아가미를 놀리면서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한다. 이젠 욕심을 그만 차리자, 정화좀 하자, 먹으라고 부탁해도 먹지 말자 하며 떠드는 것 같다. 옆에서는 그럽시다, 그럽시다, 하면서 눈알을 굴리고 더 기술적으로 더욱 눈치채기 않게, 더 위협적으로 먹어치우고 있다. 잘삼킨 물고기들은 그안에 날카로운 낚시바늘이 없음을 확인하고 자기의 기술이 완벽함을 즐거워한다. 어리석은 놈들이야 그냥 덥썩 삼키지만 노련한 고기들은 저절로 굴러오길 기다리지.
그러는 가운데 낚싯대가 휘청거린다. 앗차 큰 것 물렸나 보다. 낚싯대 끝이 사정없이 휘청 휘인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서서히 잡아 당긴다. 꼼짝을 않는다. 이건 틀림없는 월척이지. 그런데 옆에서 벌써 알고 소리친다. 『야, 우리신부님 큰 거 잡았다』『울릉도 낚았다』『아냐, 자구하나 낚았어』그런가. 땅덩어리가 펄떡거리는지 현기증이 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