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인가.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잊어버리기를 배우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주려는 의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란 것인가. 십자가 상에서 흘러 내리는 그리스도의 성혈, 그 사랑의 강물에서 헤엄쳐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인어라는 말인가. 가난한 자중의 가난한 자를 위해 몸 바쳐온 가난한 자들의 성녀 마더 데레사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회답을 실천적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데레사 수녀의 방한중 보여준 신자들의 원색적인 환영행렬과 열띤 보도경쟁은 단순히 그분에게 수여된 요한 23세 평화상(1971년)이나 노벨 평화상(1979년)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참된 사랑을 바로 그분이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이 한국교회의 신자들로 하여금 마더 데레사에게 매달려 그분을 보고 매만지기에 그토록 열광하게 하는 것인다. 대구 대교구 초청 강연회에서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마더 데레사는 깊게 가라앉은 온화한 눈길로 환호하는 신자들에게 답례하면서 강연대 앞에 다가섰다. 사방에서 취재팀을 불빛 세례를 받으면서도 그분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 강연장에서 흥분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그분뿐 인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도대체 이런 격앙된 와중에서도 저렇게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힘이 어디서 솟아나는 것인가. 그건 바로 기도로부터 비롯되고 있는듯 하였다.
그분은 기도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그분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날때마다 자기 중심적이 되게하는 그 경향성으로부터 해탈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그분 자신을, 자기자신의 생활을 하느님께 온전히 기도로써 바치고 있는것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기도가 그분의 평정을 지켜주고 자기자신의 드러남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그 영광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것이다.
그분 안에서 하느님 사랑과 기도의 은밀한 조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칠순 노인답지 않게 그분이 내부로부터 솟아나오는 열정과 깊은 영성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것은 이러한 조용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리라.
이 세상이라는「캘커라」거리, 참된 사람이 고갈되어 감으로써 가난한 군상들로 가득 차버린 빈민굴에, 바로 우리 자신들이 그리스도의 성혈로부터 넘쳐 흐르는 샘물을 떠서 그 고통 받는 마음을 치유해 주라는 복음을 심으러 그분은 세계 각국을 순례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치료 받아야 하는 군상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마더 데레사의 사랑-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생활안에 더욱 충만히 들어 올 수 있게 하는 기연-자기 자신을 봉사와 희생으로 온전히 버리는 아픔을 통하여 위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그분에 취해 수천 신자들이구름처럼 몰려 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곳에 부족한것이 없는 것이기에 메마른 현실에서 목마르던 사람들이 사랑의 권화자를 보고 만지려는 것은 당연한 감응이 아닌가.
메레사 수녀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자신을 나누어주는 것때문에 세상에 드러내지고 있지만, 그 프래시 불빛 터지는 때의 고통을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로 승화하는 것에서 볼수 있듯이 자기 자신 안에 남아있는 자기때문에 방해받지 아니하고 그분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건 간에 하느님 앞에 머물러 기도하는 시간을 항상 마련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마더 데레사의 가장 인상적인 두가지 모습중 하나는 죽어가는 사람에게도 최후까지 어루만지면서 마음의 양식을 주는것이고 다른하나는 제단 앞에 혼자 끓어엎드려 친구하면서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다. 그분의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과 거친손은 오히려 그분 안에서 이루워지는 사랑과 기도의 조용을 한층 더 실감나게 반영해 주었어.
데레사 수녀의 한국방문은 일시적으로 번지는 유행감기처럼 그분이 뗘났다고 해서 지나쳐버릴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그분의 표현처럼 가난의 구제는 서로 가난을 나눔으로써 가능한 것이고, 하느님의 은총은 바로 그 가난한 사람을 통해서 내리며 그들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자신을 역시 이세상이라는 사랑과 기도 결핍외 빈민굴에 뛰어 들어 자기 자신을 내어던지는 아픔을 통해 사랑을 체험하고, 자기 중심적인 생활에서 기도로써 탈피하여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여 하느님으로부터 다시 그 사랑의 샘물을 채워받아, 고통 받는 이웃에게 내부로부터 솟아오는 열정을 항상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동시에 사람은 기도하는 가운데 초자연적인 사랑을 성숙시켜 나가는 존재이다. 자기안에서의 사랑과 기도의 내밀한 조용이야말로 사랑을 영성에 이르게하는 지름길이다. 그 산 증인을 우리는 마더 데레사를 통해서 만난 것이다. 그분의 앞날에 하느님 나라가 항상 함께 하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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