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얼마나 많은 두근거림을 간직했던가?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을 않을 수가 없다. 몇대를 이어온 천주교의 집안에서 태어난 것까지는 좋은데 스무다섯 해가 지나도록 한번도 피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의 부끄러움을 없애려는 듯 피정을 가질 기회가 왔다. 무척 기쁜 마음속에서 조그마한 두려움과 남모를 설레임을 간직한채 도착한 곳이 경주 불국 사에 자리잡은 유스 호스텔.
피정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하게도 나의 마음은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함을 닮아가고 있었다. 참회의 시간에는 세속의 「나」아닌 다른「나」를보고 한참을 혼자서 당황했다.
촛불 속에서 사슬이 묶여지고, 촛불이 꺼지고 … 다시 촛불이 밝혀지고, 사슬이 풀리면서 작은 나의 얼굴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묵상을 하노라면 그분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어느 분이 친절하게 일러주던 말이 생각이나 한참을 고요속에서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묵상을 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지만, 그 순간의 묵상은 나를 영광과 두려움 속으로 넣는듯 가슴이 벅차고 숨소리까지 바빠지는 처음 겪어보는 엄숙함이었다. 고백성사를 보고 성체조배를 할때, 눈앞에 어른거리는 영상은 그분의 모습처럼 우아함을 느끼게 하였다. 꿈속에서는 성체조배 때의 그분을 만났는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살펴 주시고 지극한 사랑으로 이글어 주시는 주여! 오늘 처음 당신을 보오매 기쁜 마음 무엇으로 다 하리까? 지난날의 아픔은 당신의 큰 손으로 낫게 하시고, 지난날의 부족함을 당신의 사랑으로 감싸주소서.
이 몸 당신의 종이오며 도구가 되고자 하오니, 서슴없이 불러서 일하게 하옵소서. 즐거움 속에 첫 발 디디어 당신의 높은신 영광을 찬송 하나이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신비로왔던 묵상과 기도, 그 분과 대화하던 즐거운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생활속으로 들어가려하는데, 선뜻 발이 움직이지 않음은 누가나의 발목을 잡고 있나요? 당신께 향한 나의 마음이 아직도 부조감 인가요? 모를레라-다음 피정에는 설레임과 두려운 마음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지혜로움을 가져야지. 항상 깨어 있으라는 그분의 말씀처럼…』
이제 주님께 간청하오니, 제가 누리던 조그마한 순간의 아름다움까지도 피정을 갖지 못한 많은 형제 자매님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허락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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