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광계 모임이라는 것이 상당히 유행인 모양이다. 육 칠순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울릉도를 구경하겠다고 찾아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살기가 훨씬 나아졌음은 틀림없는 사실인가보다. 그런데 어떤 분은 울릉도가 재넘어 웃동네 사돈집 쯤으로 보이시는지 아예 플라스틱 슬리퍼 바람으로 오신다.
포항에서 6시간 혹은 10시간의 배덜미가 두렵지도 않으신 모양이다.
관광손님 가운데는 날씨가 화창한 날에 오신 분들은 감탄을 연발해가며 기분좋게 구경잘하고 장판같이 잔잔한 바다를 가로질러 가신다. 참 복이 있는 분들이다. 그러나 어떤분들은 뒤로 넘어져도 코다친다는 식으로 지지리도 복이 없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울룡도에서 큰 봉변을 당해서가 아니다. 단지 딱 한가지 이유-폭풍때문이다. 오고가는 배속에서 속엣것 다 확인하고 나중에는 위액이 어떤 것이라는 공부까지 할 정도에다, 배타고 섬일주 한번 못해보고 가서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미리 사뒀다가 여비가 떨어지니 그걸 도로 반환해 가면서 며칠이고 갇히게 되면 환장 할 지경일 것이다.
제아무리 재수가 좋고 빽이 있어도 폭풍주의보가 내리면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푹풍주의보는 이곳 울릉도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크다.
보름이나 배가 같히면 소금이 떨어질 지경이다. 그뿐이 아니다. 부모님 임종 전보를 받아도 어쩔 수 없고 결혼날짜를 잡고서도 당사자가 오지못해 신랑 신부 한쪽이 없는 잔치를 치르는 등 희비극이 벌어진다. 그중에도 가장 급하고 어려운 것은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이다. 산소호흡기가 없기 때문에 연탄가스 중독이 되면 집에서 김치국물 마시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전문적인 기술과 시설을 갖춘 본토의 큰 병원에 갈 수가 없을때에는 환자가족의 요청으로 수술을 하기도 한다. 혈액은행이 없는 이곳에서는 생사람 팔뚝에서 직접 피를 구한다. 말하자면 섬주민 전체가 살아있는 혈액은행인 셈이다. 수혈을 요하는 급한 환자가 생기면즉시 스프커로 방송을 한다.
너무나 빤한 지방민들이라 더군다나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면 즉시 달려간다. 그러나 그 사람이 평소 인심이 야박했으면 큰 곤경에 빠지게 된다. 혈액형이 다르면 부모 형제 부부간이라도 꼼짝 못하는 그런 판국에 많은 사람들이 달려올때 안도의 숨을 쉰다. 평소 인정 베푸는 일이 바로 위급한 순간에 도움 받음을 실감케된다.
어떤 교우에게 들은 얘기다. 갑자기 큰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피를 너무 흘려 굉장히 위급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신부님 수녀님 교우들이 달려가 너도나도 팔을 걷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외인 시부모가 감동을 하고서 그후부터는 며느리가 성당에 가는 것을 찬성하고 자신들도 나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자기의 더운 피를 남에게 주는 일은 문자 그대로 사랑이다. 교우 본분으로는 참 당연한 일이나 쉽지가 않다.
불행인자, 다행인지 아직 내가 달려가 피를 줄 만한 사건은 없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 피골이 상접한 내 팔뚝에서 주사바늘이 부러지는걸 보고싶지 않으신 모양이다. 모든 교우들의 건강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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