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후 심한 흉년으로 사람들이 먹을 것이 귀할 때「천주교 구제회」(NㆍCㆍWㆍC)라는 미국의 자선단체는 엄청난 구호물자를 들여줌으로써 기근을 면하는데 큰 도움을 준일이 있다. 미국 사람들이 입던 헐렁한 헌옷과 밀가루ㆍ강낭가루ㆍ분유 등의 물질적 인원조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동시에 전교에 대한 욕심도 교회는 가졌었다.
즉, 퍼주는 가루와 함께 천주교 믿기를 권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십이단과 문답을 외웠다. 어떤 곳에서는 암송지도에 따라 배급량에 차이가 있다고 여겼는지 기를 쓰고 외우려 들었다. 그래서 그당시 천주교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일종의 붐이 일었다.
울릉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1958년도 세례대장에 1천3백50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오래전부터 몇차례의 전교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었는데도 1년동안에 영세자가 그렇게 많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몇몇 평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과연 강낭가루 힘이 세긴 세었나보다. 본당 설정이 되기도전에 그렇게도 붐비던 사람들이 원조가 중단되고 오징어 흉년이 겹치자 냉담자와 이향민이 속출, 급기야는 2개 본당 15개 공소가 1개 본당 4개 공소로 줄어들고 말았다. 강낭가루 근기가 없기도 하지.
영세받고 한달쯤 열심히 나오던 신자가 갑자기 나오지 않아 방문 나간 교우에게 왈『당신들 참 염치가 없소. 강낭가루 좀타 먹고 한달 꼬박 나가줬으면 됐지 뭘 또 자꾸 사람 귀찮게 나오라는 거요』했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배급에 불만을 품고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서 거양성체 중인 성당에 들어와 큰소리로『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나는 와 강낭가루 안주고 너그만 묵노 야옹』하고는 도망갔다는 얘기도 있다. 어떤 이는 자기의 영명이 무언지 물으면『보자, 영세 때 뭔가 받기는 받았는데…』하며 머리를 긁적이기도 한다.
그 반면 오래 해방불명자 교적에 있는 사람이 교적을 보내 달라는 편지가 올 때는 다시 한번 그 강낭가루의 힘이 세다는 걸 느끼게 된다. 더구나 한 공소 신자가 모두 냉담 상태에 있는데도 한 할머니는 한주일도 거르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십리길을 걸어 오실 때에는 강낭가루 속에 은총도 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할머니의 정성 때문인지 요즘은 자녀들도 성사를 보고 신앙을 되찾았다. 또한 90세된 할머니는 주일미사에 참석 못한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그때 외운 십이단을 한구절도 빠뜨리지 않고 줄줄 외신다.
어느 본당이든 냉담자는 있게 마련이다. 어떤 경우에는 냉담자가 두배 이상이나 되는 곳도 있다. 그들로 인해 사목자들은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이끌 수가 있을까.
빵을 많게 한 기적으로 덕을 본 사람들에게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 애쓰지 말고 썩지 않을 양식을 구하려고 힘써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새겨주도록 해야할 텐데. 이제는 나눠줄 강남가루도 없으니 오히려 홀가분하게 진정한 주님의 말씀을 전해야 되나보다. 『2백주년 2백만 신자화』를 추진하면서도 냉담자를 염두에 두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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