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참으로 오랜 기간동안이나 성당에 나가지 않은것 같다.
어릴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학교 시절부터 무슨 동기때문이었는지 차츰 성당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희박해져 갔고 급기야는 의식적으로 미사에 불참하는, 소위 냉담자가 되어 버렸다.
가족의 대부분이 독실한 신자인데 유독 나만이 십수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사념없이 그런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긴 세월의 동면….
그러나 이제 그처럼 지루하고 나태했던 침거에서 결연히 깨어난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어머님의 깊이 있는 신앙적 교시와 설득도 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웃 형제들의 따뜻한 심방과 은총의 기도가 바위처럼 굳어버린 나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감화시킨 것이다.
특히 이웃에 있는 2년 연하의 박 라파엘의 진지하고 열성적인 신앙생활과 친절한 태도는 신앙에 관해 좀더 깊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었고 조금은 위축된 자신의 사생활에 활기를 주었다. 그러나 순수한 자의에 의한 결심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후회스럽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는 평범한 신념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결코 쉽지만은 않은 신앙의 정도를걸어가려 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중순, 박 라파엘 자당의 안내로 월배본당 교리반에 첫 출석을 했다.
십수년의 성상이 쌓이는 동안이나 좌시해버렸던 성당-.
그런 죄책감 때문인지 얼마동안은 신부님 뵙기가 여간 죄스럽지가 않았다.
그러나 교리 강의가 있는 날은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학습하는 가운데 그러한 관념은 상쇄되었고 오히려 그 시간이 보람있고 유익하기만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저 생소하게만 느껴지던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었고 아울러 참다운 신앙생활이 우리 인간의 정신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어렴풋이 나마 체득할 수 있었다.
저 멀리 타향에 계시는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아시면 무척이나 기뻐 하시겠지….『나에게의 효도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네가 건실한 크리스찬이 되는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어머님…금명간 일천하나마 나의 소박한 신앙생활을 담은 문안 편지 보내 드려 아직 가슴에 맺혀 있을 어머님의 근심을 덜어드려야지.
그리고 앞으로 나의 가까운 친구들, 특히 눈 앞의 현실적 이익에만 집착하여 신성한 信敎활동을 배격, 등한시하는 이들에게 나의 작은 꿈을 심어 주련다.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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