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난한 현세를 생활하다 보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거나 어렴풋이 생각나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수가 더러 있다.
은퇴 신부님에 대한것도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일진대 오늘에야 붓을 잡게 된 태만에 대해 죄책감 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 천주교 신자에게는 현세에 아버지가 두분 계시다 하겠다. 육신의 아버지는 하느님의 창조 섭리에 따라 나를 이 세상에 낳아주시고 길러 주셨으며 영혼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신부님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나의 영혼을 다시 태어나게 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여 주시므로 두 아버지의 은혜는 다같이 가이 없이 높고 넓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은퇴 신부님의 생활을 교구청에서 책임지고 있다하여 일반 신자들이 은퇴신부님에 대해 전연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반성할 여지가 많다.
은퇴 신부님은 외롭고 쓸쓸하기 짝이없다. 푸른 초원과 양이 없는곳에 목자가 쓸쓸함을 느끼듯이 지난날 본당의 사연들이 주마등 같이 머리를 스쳐 몹시 괴로운 향수에 젖어드는 것이 은퇴 신부님의 일과 일지 모른다. 이 은퇴 신부님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것이 우리 신자인데 일년에 한두차례나마 신부님을 찾아뵙고 위로의 정을 드리는것이 영신의 아버지에 대해 마땅히 해야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우리는 목자의 인생정곡을 알고 있다. 그들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양의 목자가 되기위하여 청춘의 끊는피를 식히며, 청춘을 불사르면서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형극의 일생을 걸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 십자가의 길, 형극의 일생을 용케도 참고 견디어 인생의 정상을 정복한 은퇴 신부님이 아닌가!
우리를 위하여 희생으로 바치신 그 은공에 대하여 뜨거운 눈물로서 감사드려야 할 것이며 그 은공의 만분지1 이나마 보답해야 할 것이다.
교구청에서 은퇴 신부님의 생활비를 보장하지만 여유있는 생활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은퇴 신부님이 계시는 곳은 승전의 소명을 기다리시는 천당의 대기소일 것이다. 이 천당의 대기소에까지 고난을 연력시켜서는 이치에 당치 않는 말이다.
그러므로 철좋은 봄 가을에 성지를 찾아 관광나들이도 자주 하시게 하고 기타 여유있는 생활을 보장해 드리는 것이 목자의 정곡을 알며 목자를 따르는 진실한 양의 태도라 할 것이다.
우리 신자 모두가 일년에 한두 차례만이라도 은퇴 신부님을 찾아뵙고 위로 드리며 힘겹지 않을 정도의 성금으르 마련할때 한방울 물이 모여 장강대해를 이루듯이 이로써 은퇴신부님의 생활양상은 물심 양면으로 발연한 생기가 솟아날 것이다.
그런데 성금에 있어서는 선차로 의무적이 될 수 있는 합동헌금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다. 가령 아버이날의 주일과 성모 승천대축일의 주일로 일년에 두차례를 정하고 그 주일미사 헌금때 은퇴 신부님에 대한 헌금바구니를 별도로 설치하여 헌금케 하는 것이다.
여기 한가지 요긴한것은 전 주일에 신부님이 이사실을 예고해 주실것과 당일 주일헌금 직전에 간단한 격려말씀이 꼭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일 헌금은 전과 다름없이 되면서 주일헌금 이상으로 헌금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소망은 신자 전체가 열렬히 환영할 것이므로 합동헌금의 제도화를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니 영신의 아버지 은퇴 신부님의 노후를 보살피는 일이야 말로 신덕 애덕 망덕이 뭉쳐진 교리로서 천상영복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사제양성에 시말의 조화를 이루는 효과적인 방법도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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