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첩첩산중이라 자연석동 조각하기 좋은 석재들이 널려있다. 강가에 나가도 밭둑에 서도 눈걷힌 먼산을 쳐다봐도 개눈에 무어만 보인다는 격으로 돌의 쓰임새를 유심히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이런중 두되들이 주전자 크기만한 납석을 주워 가게에서 틈틈이 조각을 하게 되었다.
돌의 모양에 따라「루르드」동굴의 성모상을 동굴과 함께 완전 입체조각을 하게됐다. 기도와 함께 성모님의 사랑을 간구하면서 틈틈이 조각한 것이 며칠만에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다. 그런데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젊은 집배원 한분은 올때마다 조각되어가는 성모상을 유심히 보면서 감탄과 찬사를 보내곤 했는데 어느날인가 그날도 우편물을 던져주고는 가게에 불쑥들어오더니 성모상이 얹힌 선반에 성큼 다가서 예의 성모상을 쥐고는 어깨에 맨 집배가방에 담아넣는 것이었다.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멍하니 보고만 있으면서 그의 얼굴을 보니 약간의 술기가 있었다.
『그거 아직 미완성인데 가져갑니까?』하면서 섭섭한 표정을 했더니『이거나 주십시오, 나 가져갑니다』하고는 건들건들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뒷모습을 보면서 가져가도 간수나 잘해주기를 바라면서 섭섭한 마음을 주님의 영광을 위해 달래였다.
그후 일주일 지난 어느날 저녁 가게 유리너머로 붉은 자전거가 멈추어서 길래 전보나 소포가 온 줄 알았는데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은 그 젊은 집배원이었다. 그는 술이 꽤 취해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대뜸 손을 잡으면서『장형, 내가 뺏아갔다고 욕하지 마십시오. 나 말입니다, 나도 과거에 하느님을 믿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결혼후 살다보니 그저 그렇게 되었읍니다. 우리 와이프하고 문제가 좀있어서 마음을 돌려 볼려고 그 성모상을 내가 가져간겁니다. 와이프도 좋아합디다』횡설수설 내뱉으면서 그는 내손을 놓지 않았다.
몇마디 위로와 함께 잘 간수해 주길 바라면서, 그걸 잘 간수하면 성모님의 사랑이 항상 가정에 넘칠거라고했더니『바로 그겁니다. 내가 그걸 믿기 때문에 가져간거 아닙니까? 난 믿읍니다. 믿어요…』취한 그의 눈동자에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심한 영혼의 갈증을 볼 수 있었다. 우리 교회에 나가 같이 기도하자는 나의 권유에 그는 무척 게면쩍어하면서(그는 과거 개신교신자였다)자기 아내를 교회에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자기도 나가는 길이라면서 많은 얘기를 하다가 밤늦게 돌아갔다. 돌려보내는 내마음 역시 기뻤다. 미약한 소품이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믿으며 가정에 평화를 갈구하는 소박한 믿음에 나 역시 감탄했던 것이다.
믿음을 통해 인정을 받은 아브라함처럼,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해보았다. 마태오 8장의 백인 대장의 믿음과 15장의 가나안 여자의 믿음처럼 확실히 믿는자에게 확실한 약속을 해주시는 하느님께 그 집배원의 믿음이 하느님의 귀한 은혜가 되도록 기도하면서 더욱 훌륭한 성상들을 조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새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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