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主敎會의 전통에서는 교회성립의 계기가 되었거나 교회의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나 사건과 관계되는 날들을 祝日로 정하여 이를 특별히 기념하고 있다. 교회에서 제정한 축일 중 예수성탄대축일, 예수부활대축일 그리고 성신강림대축일 등은 복음의 선포나 교회의 창립에 관련되는 축일이다. 또한 교회에는 여러 聖人들에 관한 축일이 있는 바 이는 교회의 발전에 기여한 그들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된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의 祝日表에는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순교자 대축일, 한국순교 복자대축일 등과 같이 한국교회의 전통과 관련된 축일이 있다.
이와같이 교회에서 축일을 정하여 특별한 사건이나 성인들의 행위를 기념하고 있는 것은 모든 신자들에게 그날의 감격을 새롭게하여 주고 선현들의 모범을 따라 충실한 신앙생활을 촉구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6월 24일 천진암에서는 한국천주교회 창립기념일 행사가 거행되었다. 이날의 경축행사에서는 한국천주교회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선조들의 위업을 기리고 그 위대한 정신을 본받고 실천할 수 있도록 기도 하였다.
바로 이것이 교회창립 기념일 행사를 거행한 목적임을 주최측에서는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 창립기념 일을 6월 24일로 임시 제정한 것임을 주최측은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이 행사가 공식적인 창립기념일 제정운동의 일환을 말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선교사의 도움이 없이 신자들의 자발적 노력에 의하여 창립되었다. 또한 신자들은 치열한 박해속에서 단 한명의 선교사가 없을 때에도 교회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해왔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러한 자신의 전통을 기념하는 적절한 축일이 없는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우리에게는 김대건 신부의 축일이나 순교 복자의 축일이 있다. 그러나 이 축일들은 그분들의 영웅적인 죽음과 더큰 관계가 있는 것이지, 한국교회 창립의 숭고한 전통을 직접기념하는 축일은 아닌것이다.
여기에 한국교회 창립기념일 제정의 필요가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한 움직임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한국교회 창립 기념일의 제정은 한국에 강림한 성령의 역사를 확인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창립기념일내지 축일의 제정을 통해 교회는 신도들에게 한국교회 창립의 전통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자들은 이러한 전통의 확인을 통하여 교회에 대한 자신의 자세를 바로잡고 이웃에 대한 복음전파와 봉사를강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창립 기념일의 제정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상의 효과를 감안할때 그 기념일 제정의 운동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교회창립 기념일을 갖는다는 사실은 세계의 교회에서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성립자체가 세계교회 사상 예외적 사항에 속하고 있는 이상, 한국교회가 그 창립 기념일을 제정하여 축하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어색한일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창립기념일을 공식적으로 제정하게 된다면, 그 기념일자의 결정에는 좀더 신중을 기해야될 것이다. 한국교회 전체가 경축할 기념일자는 확고한 교회사적 근거 위에서 사목적배려가 가해져야 한다 는 말이다.
지난번 천진암에서거행된 기념행사에서는 李벽의 본명축일에 해당하는 요한 세자 탄생축일을 한국교회창설 기념일자로 임시제정하였다. 그러나 이날 이외에도 창설기념일자의 선정대상으로 검토할 수있는 날들이 많을 것이다. 예컨대 이승훈이 귀국한 이후 처음으로 전교를 시작한 날이라든지, 또는 金範禹의 집에서 함께 모여 집회를 가진날 등도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교회사 전문가와 신학자 그리고 일선사목에 종사하는 분들의 연석회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 會議에서 신중히 검토되어 결정한 일자를 한국교회 창설 기념일로 삼아야 그 타당성이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교회 창설기념일 제정을 위한 전문가들의 모임을 촉구한다. 그리고 그 모임에서는 이날을 전체 한국교회가 경축할 수 있도록 교회의 공식기구에 건의하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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