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대의원 선거인가 뭔가 하는 때였다. 어떤 냉담 교우가 표를 얻기위해 몇만 원을 바쳐 불공을 드렸다. 예전에 공소 회장까지 역임한 적이 있는 그분에게 교우 한분이 답답해서 찾아갔다.
교우가『그러면 안된다』라고 말하고 미사 한대를 청하라고 했다한다. 그래서 그분은 봉투하나를 들고 미사를 청했는데 그속에 천원짜리 석장이 들은걸 알고 그 교우는 분통이 터져서 어쩔줄을 몰랐다는 얘기가 있다.
아마 정치면에서 볼 때 마구간에서 태어나 정치범으로 몰려 비참하게 패배한 예수님보다는 왕궁 출신인 부처님의 힘이 더 클것이라는 타산에서 였을까…
하여튼 웃지 못할 일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들려본다.
피로써 전해내려온 신앙을 나의 현세 행복을 위한 액세서리쯤으로 여기는 신자들이 우리교회에는 얼마나 많은지.
얼마전에는 할머니 한분이 찾아왔다. 꼭 신부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었다. 듣고보니 그 할머니의 꿈이야기였다. 꿈자리가 이레 상그러운데(사나운데) 속시원히 해통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꿈이야기인 즉 길을 가다가 굉장히 큰 무우가 있길래 뽑아 담고서 한참을 가니까 시퍼런 칼이 자루도 없이 버려져 있는걸 보고 또 주위 담았다는 얘기다.
속시원한 풀이라(?) 속시원한 풀이라(?)…혼자서 속으로 끙끙대면서 무슨 풀이를 해주어야 속시원해할까? 『내가 뭐 구약에 나오는 요셉쯤이나 되는가. 애라모르겠다. 일단 안심만 시키면 되겠지뭐. 해몽이 따로있나』그리고선 큰기침을 한번 하고서 제법 위험있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할매요, 그것 참 좋은 꿈이네요. 큰 무우를 발견한건 보통일이 아닌기라요. 뭔지 굉장히 좋은 일이 있을것이라요. 게다가 칼까지 주었으니 그 칼로 무우를 깎아먹으면 얼마나 시원하겠는기요. 다만 칼자루가 없으니 칼자루를 만들도록 해야 할거라요. 그 자루는 뭔고하니 예수님께 기도하는거라요. 그러니 할매, 부지런히 하늘에 계신…기도 바치소』이렇게 말하자 그 할매 입이 항바가지 벌어지면서 무릎을 치며 좋아하였다.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런뒤 우리 신자들은 꿈자리가 아무리 사나와도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니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불여 주었다.
그뿐이 아니다. 고백소에 앉아있어 보면 아주머니들이 한국철학을 그렇게도 열심히 수강하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그 한국철학이란 다름 아닌 사주ㆍ관상ㆍ손금ㆍ택일에다 무당푸닷거리를 말한다. 꾀죄죄한 철학관에 다니는 사람들이 교우 중에도 있나보다. 세례받을때 미신을 끊어버리겠다는 약속은 어디에 두고 담담하면 거리로 찾아가는지…
하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 그냥 그런데 가지말라고 무거운 보속을 줘도 별효과가 없는것 같아 아예 내가 그걸 배워보기로 한적이 있었다. 한동안 봉급을 몽땅 들고가서 그런 종류의 책을 한아름 사다놓고 공부해 보았다.
손금을 공부할때에는 영성체 하러 오는 교우들의 손금이 눈에 잘 들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토정비결을 봐줄때는 마음 약한 교우이면 좋은 운수가 나온 페이지 것을 읽어주면 좋아했다.
각설하고 이런 온갖 미신따위에 교우도 현혹된다. 그러나 그것들의 한계는 현세생활의 행복뿐이다. 사주 관상 점쟁이들은 영원한 생명에 대해선 입을 다물 뿐이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을 믿는 교우들이야 도대체 무엇을 걱정할 것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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