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둡고 긴 방황의 늪속을 전전긍긍하며 보냈었나 보다.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1년은 깊은 감사와 신뢰속의 견고한 믿음으로 다져질 수 있었던 기쁨의 세월이었다.
이 힘겹게 얻은 안정ㆍ행복ㆍ기묘한 사랑의 일체감을 깨닫게 해주신 은총에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베드로 형이 고 3이 되던해 형과 이별을 해야했다.
무지와 가난에 시달렸던 어려운 생활을 꾸려 나가기에 안간힘을 쓴 부모님의 심정을 이제야 알듯하다.
한참 꿈에 부풀었던 내 나이에 실로 감당키 어려웠던 아픔.
「정신병자」라는 굴레를 덮어쓴 형은 온 식구에게 조차 끔찍하게 저주스러웠고 이런 슬픔과 아픔을 주신 하느님마저 원망스러워 비난까지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가족 누구하나 구하지도 찾지도 두드리지도 않은채 무관심 속에서 그저 어려우니 산사람이나 살아야겠다는 죄악 속에 살아왔다.
우리식구는 주의 사랑을 망각한 채 형은 멀어져만 갔고 기억에서 마자 잊혀져만 갔는지도 모른다.
또 몇해가 흘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후 집안의 암울한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포항으로 내려가 버렸다.
계속되는 냉담생활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믿음의 결여자, 비신앙인으로 전락되어 갔다.
그런 생활중에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간혼 인천귀가시에 자정이 넘도록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얼마나 비난했는가.
그러나 어머니께선『우리식구 모두의 믿음과 기도가 부족하기에 아직 주님께서 우릴 시험의 대상으로 삼고 계신다』며 열심한 신앙인이 될 것을 바라셨다.
그동안 치유를 위해 형베드로는 정신병원을 어느 한군데도 빠뜨리지 않고 헤매었나보다. 형이 그렇게 고통을 당할 때 과연 나는 무얼 했는지. 형을 위해 로사리오 1단이라도 제대로 기도했는지.
그런 중에 작년봄 어머니로부터 장문의 편지가 왔다. 나로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치유되지 않은 형을 집으로 데려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결정에 난 극구반대를 했다. 그러나 두려움과 고통이 이젠 사랑으로 변했다며 이 십자가는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하느님께서 내린 고통이며, 형의 모습에서 주님을 발견하여 주님을 증거할 수 있도록 은혜내려 주시길 기도하고 당부하는 어머님의 편지를 받아들고 하염없이 울어야 했다.
주님을 등지고 비굴함과 나약함속에서 방황하며 극한 이기주의자가 되어버린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작년 5월 27일 형을 집에 데려왔다. 생각했던 대로 식구들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의 증세는 여전했다.
인천을 향하는 발걸음은 왜 그렇게 무거웠는지. 실로 8년만의 재회인데도 말이다. 그날 형의 그 이성없는 포악한 행동을 다 받아넘겼다. 지난 세월의 무관심의 죄악을 이제야 일깨워 주심에 감사드리며 형의 모든 행동을 다 받아들였다. 우리 온식구는 울고 또 울었다. 미움과 원망의 눈물이 아니라 찬미와 감사의 기쁨의 눈물이었다.
오랜 냉담자였던 아버지도 울먹이시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긴 아픔의 세월을 이렇게 주님께선 오묘하신 사랑으로 치유해 주셨고 나와 우리 가정을 일깨워 주셨음을 어이 감사해야할지?
8년만에 형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그저 감사의 눈물만이 흐를 뿐, 경건한 마음으로 성호를 긋는다. 동생 안나의 성소 또한 얼마나 감사할 노릇인가.
■애독자 여러분의「신앙수기」를 널리 모집합니다. 채택된 원고는 본사스정의 원고료를 우송해 드립니다.
<편집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