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는 인천의 제일 남쪽 끝에 자리잡고 2백여 척의 있는 항구라기는 좀 뭣한 그런 곳이다. 이곳은 가까운 바다에서 잡은 생선들을ㅡ새우나 게가 주로 많다ㅡ사고 팔면서 단돈 몇십원 때문에 목에 핏대를 세우고 고함을 지르는 싸움이 그칠 날 없는, 그러면서도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바로 인간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여기 뱃사람들은 고기를 잡아가지고 들어오면서 색다른 장난들을 한다. 갈매기 낚시질이 그것이다. 뱃사람들을 바다에 던져버리는데 갈매기들은 그때 고깃배 주위를 빙빙 돌면서 버려지는 그 기회를 이용해서 낚시바늘에 새우등을 꿰어 갈매기를 낚는다. 낚시에 걸린 갈매기는 그 큰 날개를 퍼득거리며 몸부림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갈매기는 닭이나 꿩과는 달리 잡아서 털을 뽑아보면 남는게 없다. 먹을게 없으니 시체로 다시 바다속에 던져지는 수밖에. 처음에 나는 먹지도 못할 갈매기를 심심풀이로 잡아 죽이는 인간들의 심성이 괘씸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한심하게 생각한 것은 버려지는 고기나 주워 먹으려다 낚시바늘에 걸려 소중한 목숨을 잃는 갈매기들의 어리석음이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는, 문제는 날으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갈매기에게는 먹는게 문제가 아니라 날으는게 문제였다.「그 무엇보다도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날으는 것을 사랑했다」고 쓴 리챠드ㆍ마크의 고독하면서도 고고한 이상주의 나「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갈 자유가 있고 또 우리가 있고 싶은대로 있을 자유가 있다」라고 조나단의 입을 빌어 말하는 작가의 자유주의에 전적으로 동조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리스도가 그랬고 모든 성직자나 시인들이 그래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다. 그런 이상주의 자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래뱃터나 고잔의 갯바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있는 이곳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에게는 이들이야말로 낚시에 걸려드는 갈매기와 흡사하다는 담담한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어쩔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슬픈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갈매기 조나단처럼「먹는게 아니라 날으는 것이 문제」일수 없고「원하는 곳에 갈수 있고 있고 싶은대로 있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은 처지에 놓여 있음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비들은 어기 살지 않았었다/ 일찌기 충정도 전라도에/ 그리고 황해도 평안도 거기 태어나/ 밀리고 밀리면서/ 떠나고 떠나면서 살아온 우리/ 다 낡은 고깃배가 그렇고/ 소래땅은 진작부터 우리들의 것이 아니다」라고 소래를 그려 본다. 성직자나 시인은 물론 그리스도까지도 하루종일 목에 풀칠하기 위하여 아우성쳐야 하는 이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데 먹고 살기 급급해서 뱃사람들의 심심풀이 낚시질에 걸려드는 배고프고 무지한 갈매기들은 정녕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가치 없는 삶의 소유자들인가.
하느님 나라가 어서 빨리 이땅에 임하시기를 기도하면서도, 날으는 것보다 먹는것을 문제시하는 갈매기들을 가슴아파 하면서도, 그들에게 바보같은 짓은 당장 청산해 버리라고 큰소리치지 못하는 것은 나의 믿음이 부족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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