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는 염경기도가 많은 탓인지 자칫 잘못하면 뜻없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될 염려가 많다. 미사중에 사제와 신자들이 주고받는 미사경문이나 기도문을 보면 한결 같이 너무 빨리 건성으로 해치우는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빨리 외우는 기도속에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과연 어느 정도로 그 기도에 내용을 생각하며 정성 을 다해 기도하는지 의문스럽다.
작년 구라주일때의 일이었다. 모본당 레지오 단원들이 나환자촌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한번 찾가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그들과 동행했다. 버스로 한시간 남짓 걸려 나환자촌에 도착해서 그곳 간호원들이 안내를 받으며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환자들을 위로ㆍ격겨하면서 대화를 나눈 뒤 일어서려고 하는데 개신교 신자라는 환자 한분이 모처럼 성당에서 오셨는데 기도를 드려주로 오셨는데 기도를 드려주고 가면 어떻겠느냐고 청해왔다.
순간 나는 우리들의 인간적인 위로나 격려도 좋지만 먼저 하느님께 이들의 빠른 치유를 위해 기도할 생각을 하나같이 하지 못한 것이, 더구나 개신교 신자에게 지적을 받은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기도를 시작한 것이 주의기도와 성모송이었다.그런데 연세가 좀 지긋한 레지오 남자단장이 먼저 주의 기도를 시작하는데 『아니 이것을 기도라고 할수 있을런지. 기차바퀴 돌아가듯 급하고 빨리 숨돌일킬 시간도 없을 정도로 해치우는 것이 아닌가』그런 모습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환자들을 방문한다는 명목으로 여기까 지와서 아무런 정성도 없이 건성으로하는 기도가 너무 놀라왔다. 나머지 단원들도 그런식으로 기도를 빨리 마치고 성호를 긋는것이 아닌가.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그 기독교 신자라는 환자분의 얼굴이 순간 복잡해짐을 읽을 수 있었다.
내마음은 적이 안타가왔다 그토록 준비없이 급하게 기도하는 그 마음속에 얼마마한 정성이 깃들여 있었는지ㆍㆍㆍ.
사회에서 소외된 나 환자들을 찾아가 함께 따뜻한 사랑을 나눈 그 행위는 훌륭한 것 이었지만 웬지 내마음은 허전하고 섭섭하기만 했다.
그 자리에서 아무말도 하지못한 나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나역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를 정성없이 풀포기같이 할 때가 그얼마나 많았던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가 향기가득한 장미송이 다발이 아니라 풀포기 같이 올라가서야 될 말인가.
우리 신자중에도 이같은 사람이 많은것 같다. 염경기도 뿐만아니라 모든 기도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기도여야 할 것이다.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시간을 기도에 할애한들 과연 하느님께서 어느 정도 귀기울여 주실런지ㆍㆍㆍ.
기도 드리는 가지수는 많아도 질적인면에 있어서 얼마나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일이다. 로사리오기도 한단이라도 그 속에 담긴 뜻을 깊이 생각하며 질적인 면에서 더욱 신경을 쓰는것이 어떨까?
오늘도 나의 기도가 풀폴기 같은 정성없는 기도가 되지 않았나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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