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쯤이면 우리는 KBS나 MBC, SBS같은 방송채널을 네댓 개 더 즐길 수 있게 된다. 중앙·조선·동아·매일경제 네 신문사가 종합편성 방송을, 연합뉴스는 보도전문 방송을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중 종합편성 채널은 KBS와 같은 지상파 방송처럼 보도부터 교양, 드라마, 오락, 스포츠까지 모든 분야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게 된다. 모든 장르를 편성한다는 점에서는 지상파 방송과 차이가 없으나, 새롭게 진입하는 종합편성 채널은 케이블TV나 위성TV를 통해서만 송출되기 때문에 여기에 가입한 가구만 시청할 수 있다.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의 출범은 그동안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을 규제해 온 몇 가지 원칙을 허물면서 가능했다.
그 첫째는 신문·방송 겸영금지 원칙이다. 한 사업자가 신문과 방송을 겸영할 경우 우려되는 언론시장 장악과 여론의 독과점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이런 원칙을 국회는 2009년 7월 22일 신문법·방송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재개정을 통해 수정했다.
둘째는 지상파 TV는 종합편성, 케이블·위성 TV는 전문편성 원칙이다. 지상파 방송은 한정된 주파수 자원으로 인한 채널의 희소성 때문에 종합편성을 통해 무료보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반면, 케이블·위성 방송은 유선망 또는 위성망의 전송용량이 허용하는 TV 채널 수가 수없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유료 기반의 전문편성을 하도록 했다. 새 법은 이 원칙을 허물어 케이블·위성 TV가 종합편성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허물지 않은 원칙이 있다. 바로 매체간 비대칭 규제 원칙이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는 각 가구의 TV수상기에 대한 무차별적 접근성 때문에 엄격한 공공적 규제를 가해왔다. 방송사 소유 규제, 방송시간 규제, 광고 규제, 프로그램 편성 및 내용 등에 관한 규제가 너무 많아 이런 규제 사항을 다 충족시키면서 방송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반면, 선택적 가입에 따르는 수신이라는 이유로 케이블·위성 방송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다. 하루 24시간 방송을 할 수 있고, 중간광고를 할 수 있으며, 국내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여기에 해당 신문사들은 후발 진입 사업자의 시장 안착이라는 명목으로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황금 채널 배정, 광고 제한 품목 완화, 미디어랩 민영화 요구 등이 그것이다. 이미 케이블·위성 방송은 가입률이 80%를 넘어서서 지상파 방송의 커버리지(전파도달률)와 맞먹고 있다. 여기에다 규제를 완화해 새 종편 채널은 그 영향력과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거대 메이저 신문사들이 겸영하는 새로운 종편 채널의 미디어 시장 진입이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첫 번째로 우려하는 교란은 거대 언론 메이저인 조중동 언론 프레임의 강화로 여론 형성 기능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의 다양성 유지는 민주주의 작동의 핵심 기반이므로 이는 곧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두 번째는 미디어의 선정성 가속화 현상이다. 새로운 채널의 등장으로 인한 채널간 경쟁 격화로 저비용 고효율 프로그램 편성 경향이 가속화될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 미디어 전체의 선정성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우려다. 셋째는 미디어의 약육강식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다. 이 점에서 특히 취약한 것이 지역 언론과 종교 미디어다. 광고시장 파이를 둘러싼 경쟁에 가장 취약한 매체가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가톨릭 미디어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것이다. 그동안 가톨릭계는 미디어와 관련한 논의에서 복음적 가치의 실현과 전파를 위해 어떻게 미디어를 활용할 것인가라는 미디어 교육적 측면에 집착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미디어 제도의 변화로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가톨릭계가 이런 미디어 생태계를 분석해 내고, 이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총체적 시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미디어 생태계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모일 때, 그 땅에서 생산되는 것은 온전할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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