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몇 번 바뀔 시간동안 우리 사회의 격랑을 헤쳐 온 노동사목위원회는 한국교회 사회사목에 있어 특별한 보화를 지닌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노동사목위원회의 위상은 그간 위원회가 걸어온 길만 일별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지난 1971년 3월 ‘도시산업사목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한국 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서울 노동사목위원회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지켜지지 않던 시절 부조리한 현실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도록 바꾸기 위해 예언자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산업문제에 대한 연구나 노동현장에 대한 실태조사, 산업교육 프로그램 진행 등 학술적 사업뿐 아니라 한국 최초 노동문제상담소 개설(1979년), 이주노동자상담실 개설(1992년),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 활동, 지도자 양성, 국제교류 등 노동사목위원회가 걸어온 40년 역사는 ‘소외된 이들 가운데 더욱 더 소외된 이들’을 찾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모색의 연속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노동사목위원회의 걸음걸음에는 ‘최초’,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렇듯 시대의 징표를 식별해 나선 결과, 현재 노동사목위원회는 활동의 지평을 넓혀 성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벗들의 집·베들레헴어린이집·베다니아집·사랑의집·마리공동체 등의 쉼터와 재활공동체, 필리핀·베트남·남미·태국·몽골 등 이주민 공동체, 가톨릭 노동청년회·노동장년회·어린이사도직 등의 사도직 단체, 산재·이주노동자 상담소 등을 통해 다양한 노동의 장에 하느님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자포자기 상태에 이른 청년실업, 소득의 양극화 등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문제는 물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여성 문제 등으로 노동현장의 문제도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소외계층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잠시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사목위원회가 태생에서부터 부여받은 몫이자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40주년이라는 경축의 시간을 보내는 노동사목위원회가 그간 세상이라는 하느님의 텃밭에서 캐내 갈고닦아온 보화를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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