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9월 9일은 한국천주교회가 독립교구로 설정된 1백 50주년되는 기념일이다. 즉 지금으로부터 1백 50년전인 1831년 9월 9일에 로마교황청으로부터 한국의 독립교구로서 조선교구로서 조선교수를 설정 선포한것이다. 한국에 천주교가 전파된 것은 그때보다 53년전인 1784년이지만 그동안은 천저교의 요람기이고 수난기였으므로 정식교로서의 위치를 갖지 못하였다가 한국신자들의 수많은 수교사실과 교구설립의 열렬한 갈망에 수응, 로마교황청은 드디어 한국에 「조선교구」의 명칭으로 독립교구를 설정하게 된 것이다.
이는 물론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섭리로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한국선조 신자들의 피와 눈물로 얼켜진 열심과 성의와 빠리의 방전교회 성직자들의 초인적 선교정신과 또한 교황청의 현명한 판단에 의한 것으로서 한국교회의 후손인 우리들은 이 모든 선인들의 골로에 한없는 공경과 감사를 들여야 마땅하고 또한 현재의 한국교회 신자들은 스스로 이 기념일을 뜻깊게 축하해 마지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서울대교구를 위시하여 각 교구마다 기념축하행사와 기념사업 등이 다양하게 계획진행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1백 50년전의 조선교구 설정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이 마당에 다시한번 교구설정의 깊은 뜻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에 대해 새로운 결의를 필요로 할 것이다.
당시 한국의 미개황무지에 천주교구를 설정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복음을 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한국이란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새로히건 설하자는데 근본적 하느님의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하겠다. 그런데 한국에 선교된지 이미 2백년, 독립교구로 설정된지 또한 1백 50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한국교회가 한국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얼마만큼이나 건설하고 확충하는데 공헌하였는가.
여기에는 물론 그간 숱한 수난과 박해를 겪어가면서 교회를 수호하고 발전시켜 온 선인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여야 하지만 동시대 한국교회가 너무나도 개인주의와 현세도피 경향과 보수소극적인 생활자세를 오랫동안 견지해 온 나머지 세상 즉 사회를 천국으로 변화시키는 적극적 활동에는 지극히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받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이교구 설정 1백 50주년을 한 계기를 삼아 앞으로의 한국교회는 크게 두가지를 차원에서 새로운 인식과 결의를 가질 것을 제언하고 싶다. 즉 첫째는 한국교회는 이제는 성인(成人)이 되었음을 선포해야 하겠다. 한국교회는 선교개시부터 50년간 유아기를 지나고 교구설정으로 1백 50년의 명명기(命名期)와 발육성장기를 거쳤다. 이제는 장년기의 성숙단계에 들어왔다고 자각해야 마땅하다.
아직도 정신연령이 죽어서 천당가기 위한 정도의 유년기에 머물러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당당히 자신을 갖고 복음을 선포하고 복음을 생활하고, 세상을 복음화 하는데 한몫하는 천국건설의 일꾼이 되었다는 자신감과 활동력을 발휘 할 능력과 자격을 스스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이러한 정신적 자세로서 「교구설정 150주년」으로 「교회成年선포」의 새로운 인식을 확립할 것이 요청된다.
둘째는 한국교회의 목표설정을「한국교회는 한국을 하느님의 나라로」만드는데 있다는 것을 재천명할 필요가 있겠다. 하느님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세상에 이루어지기를 근원적으로 원하셨고 그것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교회를 세우신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한국의 교회는 한국의 이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건설하고 확장하여 종말에 하느님께 바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오늘날까지의 교회가 개인적 구원에만 치중하고, 세상의 천국화란 대국적 견지를 소홀히 하거나 망각하는 것이 없지 않았던 점에 깊이 재반성하고 신앙가 현실사회 생활과의 분리를 정상시하던 의식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만사에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는 자세로 일대전환이 있어야 하겠다.
그제야 비로소 그리스도의 예언직과 사제직과 왕직에 진실히 참여하게 되는 것이고 또한 사회안에서의 빛과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문자그대로 실천하게 될 것이다. 교구설정 150주년의 새로운 이해와 결의에 아나의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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