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동료 선생과 함께 가톨릭 병원에 교통사고로 입원중인 형제를 문병하고 나오는 길에 구명가게 앞에 있는 평상에 앉아 맥주 두병을 시켰다. 그 자리에는 4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와 20대의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이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아마도 화장품 외판원인 듯 싶었다. 그런데 우리가 맥주를 따라 마시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40대 여인이 느닷없이『보자하니 선생님은 목사님 같으신데 어쩌자고 술을 마십니까?』하고 정색을 하고 따지지 않겠는가. 나는 너무도 의외의 힐책(?)에 답변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나는 목사가 아니라 전도사요 그런데 맥주를 좀 마시는 것이 뭐 큰 잘못인가요?』하고 물었더니 『글쎄, 목사든 전도사든 술을 마시는 것은 좋치 않아요』라고 감경한 어조로 되받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상당히 어짢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분명히 광신자류에 속하는 개신교 신자임에 틀림없었다. 나와 동료선생은 파안대소를 할 수 밖에.
내 평생에「목사님」이라는 존칭을 들어 보기도 처음이거니와 하필 왜 그렇게 보였을까하고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그날은 곤색 양복에다 좀 점잖은 넥타이를 매고 거기다 좀 고전적인 쇠가죽 가방을 들었던 것이 아마도 그 아주머니에게는 목사님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우리들의 화제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 아주머니가 말한 진의가 무엇인지를 열심히 토론하면서 열을 올렸다.
사실 불과 몇시간전 병원에서 J형제에게 어서 빨리 괘유하면서 한잔 같이 하자고 서로 약속했고, 또 옆침대에 누워있는 젊은 불교신자를 위해서는 즉흥적으로 구변없는 자유기도(이점은 개신교의 전도사와는 상대도 못되는)를 했다는 현장을 그 아주머니가 보았다면 틀림없이 위선자라고 하지 않았을까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교우인 J형제에게는 술한잔 같이 하자는 것이 피차 스스름 없는 대화가 되었지만 처음보는 타종교인에게는 속히 완쾌해서 술한잔 하자는 말은 차마 할 수도 없겠거니와 또 그런 결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뭏든 그날은<문병2회>라는 레지오 활동보고를 하게 되었다고 유쾌하게 맥주 2병을 마시다가 엉뚱하게 핀잔을 받았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술이 퍽 요긴한 때가 있다. 그러나 적당히 마시면서 흥겹게 담소하는 경우도 있겠거니와 반대로 과음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거니 아니면 싸움과 살인까지도 저지를 수 있는 것이 또한 술의 마력이다.
청교도적인 금욕과 절제를 요구하는 개개신교신자에 비해서 마치 특권인양 가톨릭만이 과도하게 마시라고는 절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예수님의 갈릴레아지방 가나에서 첫번째 기적을 행하였을 때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성경 구절을 자주 말한다. 모든것을 만드시고 다스리시는 주님의 권능속에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어느것 하나도 자유라고해서 과도하게 사용할 수 없기에, 거듭 거듭「절제」를 말하지 않는다.
신문 사회란은 우리들을 우울하게 한다. 매일같이 그 유형은 다르지만, 분명히 작든 크든 범죄는 인류 역사 이래 계속 되어온「아벨」과「카인」의 연속이라고 하겠다. 아니 이 세상 끝날때까지 범죄는 끊이지 않을것이다. 그 중에도 가장 이음주벽이 심해서 부인이 독살까지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는 기사는, 찬반론 이전에 뭔가 다시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앞서 말한 아주머니의 말에도 일리간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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