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순환은 천지창조이래 어김이없어 올해도 추석을 맞이한다.
「팔월 대보름」은「설」과 함께 우리겨레의 큰 명절중의 하나로 가정에서는 이날을 일년중에서 가장 즐거운 명절로 지켜왔다.
어느덧 바탕은 서늘하여 여름 무더위도 잊게하고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익어 대자연의 은혜를 절로 감사하게된다.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로 가묘를 차려놓고 형제 친척들이 함께 모여 추석 다례를 지내며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가고 온갖 유희들하며 이날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 민족중에 가장 즐겁고 뜻깊은 유서를 지닌 이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크리스찬으로서 민족절 정서와 그리스도적 사람속에 이 전통적인 한가위의 민속을 현대인의 생활안에 어떻게 좀더 바르게 심화시킬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겨레의 명절인 추석의 민족풍속의 그리스도 교화와 이틀동한 민속생활의 복음화에의 접근이다.
추석의 기원과 유래는 신라 제3대 유리왕(서기 8년경)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는 당시 2왕녀로 하여금 6부의 부녀들을 2부로 나누어 가가가 거느리고 7월 보름부터 길쌈내기를 시작하여 8월 보름날 밤에 진편에서 잔치를 베풀어 이긴편을 대접하며 서로 음악과 무용을 즐기던 가위 놀이가 시작이었다고한다. 또 「수서 신라전」에는 매정월초에 왕이 관원들의 하례를 받은 뒤에 잔치를 베풀어 일월신에게 접하며, 8월 보름에는 관원들로 하여금 활쏘기를 행하여 상품으로 삼베를 주었다고 하였다. 그밖에도 이날은 발해국과 싸워 이긴 전승기념일도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들로 볼때 가위날은 실로 거족적인 경축일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라문화는 삼한시대에 이미 5월 파종후 「수튀」날에 풍년기원제를 지내고 8월「가위」날에 추수감사제를 지냈던 유풍을 계승한 것이었다. 이렇게 면면히 이어는 추석민속은 이제 우리겨레의 생활속에 실제로 추수감와 조상숭배의 2가지 깊은 의미를 갖고 전승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기원에서 우리는 생산적 의지와 순리, 그리고 감사와 보온의 정신적 가치와 의의가 깊이 내재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오래전통과 의미심장한 민속 명절인 추석은 그의의를 바로 잡을때 우리민족의 추수감사절이며 추사이망 축일이요, 가족과 친지들의 거룩한 삶을 새롭게 다짐하는 격려와 자극을 통한 결단의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정신이 우리 민속상 전통적인 미풍양속과 일치될 대, 민족문화의 그리스도교화를 위해 그보다 더 반가운 일이 있겠는가!
우리의 미풍양속인 추석 다례에서 실제로 현대인의 의식에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샤마니즘적 요소를 정리하고 마태오 릿치의 원칙에 따라 제례를 정화하고 교황의「민속에 관련된 회칙」(주재용 신부ㆍ「선유의 천주사상과 제사문제」창조)의 근본정신을 적용한다면 우리의 전통적 민속의 현대화와 그리스도교의 토착화가 동시에 가능할 것을 확신한다.
꽈르디니 몬시뇰은『전례는 하느님 앞의 연극』이라 하였다 민속도 일종의 연극성을 띤 생활예술이다. 가장 아름답고 인정에 맞는 추석다례의 그리스도교화는 전통민속의 현대화로, 특히 후대에 생동적이며 인상적인 미풍양속으로 전승되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이 거족적인 명절을 온 겨레가 다함께 참으로 즐겁게 맞이할 수 있도록 실천적 면에서의 이웃사랑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꿈과 낭만이, 효성과 감사의 민족정서 속에 엉겨온 「보름 달」은 한가위 밤의 축제로 누대의 조상들의 생활 속에 아름답게 어려왔다. 그리고 그 한가위의 민속과 정서는 또한 우리 모두아 후손들에게도 길이 그렇게 정적이면서도 내적 동력을 지닌것으로 전해져야 하겠다. 그런데 그 밝은 달빛이 행여 우리 주변의 누구에게도 시름과 눈물로 얼룩지게해서는 안되겠다.
외롭게 소외된 형제를 외면한 축제는 진정 축제일 수가 없다. 고통받는 형제들은 없는가? 쓸쓸한 노인들, 돌보아야 할 어린이들, 그리고 이산 가족들의 한과 눈물 고인 가슴들에도 이민족적인 명절인 추석만은 함께 다례를 지내며 웃고 정을 나눌 수 있게 대할때 우리의 참된 명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년은 특히 태풍 애그니슨의 상처가 우리들의 사탕을 재촉하는 가운데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집중폭우의 피해집계가 나오면 손실은 더욱 크겠지만 우선 알려진 것 만도 엄청나다. 110명의 인명피해에 1백64억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재민이 6천8백57명이요, 땀흘려 지은 농사는 결실을 목전에 두고 물에 잠겼다. 누구의 잘잘못도 아닌 재난 앞에 가산을 잃고 혈육을 잃은 사람들의 비통함은 말도 다할 수가 없다. 눈물겨운 이재민들을 목전에 두고 치산치수의 달론보다는 우선 저 사랑의 실천 대열에 함께 서서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는 의지를 불러 일으켜야 하겠다.
내 이웃의 자리가 빈 식탁에서 축제를 벌이지 말며, 진정 배고픈 형제에게 나누어 주지 못할 송편이거든 빚지말자!
대자연과 조상의 은혜가 형제애의 나눔으로 더욱 뜨겁게 가슴에 맺혀 올 한가위 잔치상을 차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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