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에 묻어 나는 가을
붉게 익어가는 산열매는
가을의 풍요로운 미소인가
언덕마다
황금빛 옷을 갈아입는 작업이 부산한데
계절을 재촉하는 찬서리
간 밤 달무리를 돌아 나와
대지를 식힌다.
맑은 소리 한모금 축이고
빙그레 웃으며
산허리를 돌아가는 바람도 상쾌하다
골짜기 마다
여울진 세월이 안타까운 듯
서럽게
한잎 두잎 낙엽으로 접어 가는데
언덕 바지엔
빗겨가는 가을 햇살이
들국화 이파리에 애잔스레 머물고-.
잰 걸음으로 사라지느 가을을
먼 빛으로 배웅하며
비워가는 가을 하늘을
조용히 지키고 앉은 들국화는
잿빛 두건에 가린
貞女의
청초한 얼굴인가
한 세월이 헛하다 하여
영원을 끌어 당기는 눈망울에는
파아란 하늘만 고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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