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의 「진」은 작은 얼굴을 온통 두 눈이 차지한듯 커다란 눈만이 보였다.
귀엽지만 쓸쓸해 보이는건 저 눈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진의 아버지는 중동지역에 나가시고 언니와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 이렇게 네식구가 산다.
언제부터인가 진은 점점 말수가 적어 지더니 요즘은 도대체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것 뿐이었다.
사실 부모들의 상담 의뢰를 받는 경우 구체적인 설명이란게 전혀 애매할 때가 있는데 바로 진과 같은 경우였다.
『지난주에는 단 한마디도 안했답니다』
진의 어머니는 진의 이런 변화 때문에 크게 상심했다 『주일에 함께 나들이 좀해 보시지요?』
그러나 벌써 그 정도의 노력이라면 진의 어머니는 다해 보았던 것이다.
벙어리로 변하고 무표정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진.
잘 생각해 보라고 몇 번째 얘기했지만 그럴만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화전이 열리고있는 인사동의 선 화랑에서 나는 진과 약속이 되었던 것이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곧 알수가 있었다.
『네가 진이냐?』
『……』
고개만 끄덕이는 진.
『들었겠지만 진의 엄마는 십년전부터 이 아줌마와 아는 사이야』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있다. 우린 홀 안 응접용 의자에 마주 앉았다.
전시하고 있는 분은 나도 진도 다 아는 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듣는 진의 태도가 더욱 노골화 될 때.
『진. 너는 중학생이야. 예의도 없니? 대답 정도는 하도록 해라』
냉랭한 내 목소리가 내 귀에도 거슬렸다.
『누가 아줌마 보고 참견해 달랬어요?』
침착한 목소리다.
『참견이 아니고 걱정이야 너는 어른들이 심심해서 너희들하고 잡담하는 줄 아니?』
『……』
『너 아버지께 편지도 안한다면서?』
검은 동자가 유난히 크고 맑은 진은 드디어 울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다가 진은 수저를 든채로 울었다.
이 아이는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학 진학으로 신경을 곤두세운 언니 걱정이 태산 같고 한쪽 발이 불편해서 등하교를 도와야 하는 남동생 때문에 어머니는 하루종일 바빴다.
진이 하루동안 지낸 얘기를 시작하면 건성으로 받아 넘기는 어머니였다.
어떤때는 엉뚱한 대답도하는 어머니. 진은 집에 오면 소외되는 자신을 느꼈다.
『등록금 얘기만은 엄만 용케 잘 알아듣고 잘 주셨죠』
진은 용돈 등의 얘기밖엔 안하고 지낸자가 삼년이 되었다
『엄만 내가 없어도 별로 일거예요.』
그러나 진의 눈동자가 말해 주듯이 진은 영리했다.
어머니를 이해하는데 그리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진의 어머니 자신은 세 아이에게 다 공통으로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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