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은 조선교구가 설정된지 1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념사업국에서는 교구사 자료집 간행총람 간행, 학술회의 개최, 각종 전시회와 기념공연 등 11종류의 기념사업을 추진중인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국 천주교회 창립 2백주년을 맞게 되어 주교회의는 그 기념행사도 성대하게 하기 위한 방안과 기구들을 설정하고 있다. 물론 전교회적인 기념사업이나 기념행사도 매우 중요한 일이겠으나 보다 긴요한 것은 한국 교회사의 역사적 의의와 현재 그리고 장래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내면적 자세를 검토하면서 개선해야 할 점은 과감하게 시행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돌이켜보면 남의 도움없이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도입해서 교회를 설립한 우리조상들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시발길이었음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이땅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순교」의 피를 흘려야야만 했을까? 과거 로마제국 통치하에서도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그 교세를 확장해간 것은 분명히「순교자의 피」가 씨앗이 되었던 것이다.
「순교자」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범인으로서는 이 물음에 답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말은 쉽지만 어떤 귀한것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자기의사나 의지만도 아닌 그 이상의 어떤 큰 힘의 작용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유구한 세월동안, 아니 지금도 미래에도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틀림없이『이 땅 위에는 우리가 차지할 영원한 도성은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앞으로 올 도성을 바라고 있을뿐입니다』(히브리 13ㆍ14)하신 말씀회로부터 떨어져 나간 불행한 사람들을 역사상 많이 알고있다.
과연 그들이 남긴「이란」의 씨앗은 오늘날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반목과 분열만을 일삼는 열교인들은 현세만을 위해 사는듯이 보일뿐만 아니라 순교하겠다는 일은 끔찍한것으로 여기기에 실천보다는 공론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다. 신앙만으로서의 「의화」가 아니라 진정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까지도 바칠 줄 아는 태도라야 한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전라도 3ㆍ2) 인간의 죽음은 자연적이다. 우리 생명은 시간으로 측정되고 시간 안에서 우리는 변한다. 자연적 죽음이 있다는 것은 우리 생활에 긴박감을 일으킨다. 죽을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훌륭하고 의미있는 생활을 하는 데에 사용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참뜻을 현명하게도 받아들인 「순교자」들은 참으로 복된 자들이다.
복자성월을 보내면서 다시한번 생각케 하는 것은, 우리 순교선열들이 뿌린 값진 피의 댓가가 오늘날 많은 누룩이 되어 성장해 왔다면 우리도 그들과 같이 누룩의 역할로서 이 나라와 온 인류의「복음화」를 위해 진력해야 할것이다. 성아우구스띠누스는 『천상의 성인성녀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면 우리도 못할것이 없지 않은가』라고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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