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사를 갈려고 챙기고 나서는 사람 붙들고 그리 시간 있거든 유리창 청소나 하라고 했다.
십자고상을 장롱속에 모셔놓고 있는게 죄송스러워 박해시대 순교자의 용기를 본받아서 안방 벽에다 모셨다.
저녁때 퇴근해 온 남편과 대판 싸우고 다시 장통속에 모시며 내 기도와 표양의 부족함에 용서를 청했었다.
애들을 주일학교에 몰래 보냈다가 아빠가 애들보다 일찍 돌아왔을땐 남남끼리만나 공동생활하는 사막으로 돼버리고 만다.
온가족이 모여 화기애애한 시간들을 보내다가도 애들이라도 성당 얘길 꺼내면 분위기가 돌변하여 음울한 침묵 아니면 애들 잘못 키운다고 (시댁이 불교 집안에 우리가 장손)호통치는 아빠 고함소리가 남부끄러웠다.
하느님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면서도 단란한 가정에 평소에는 나무랄데 없는 남편이 가톨릭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때때로 불화를 일으켜서 심히 고통스러웠다.
이런 생활중에서도 일년여 남짓 살티모임에 나가 창세기ㆍ출애급기ㆍ성경 공부를 하며 묵상과 생활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알게 됐고 내가 야훼 하느님의 사랑속에 살고 있음으로 하여 이웃들에게 특히 가장 가까운 나의 반려자에게도 하느님 사랑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매일 남편밥 그릇에 밥을 담으며 나의 장부가 이 밥을 먹고 육신의 건강 뿐 아니라 영혼의 건강을 갖기를 염원했고、출근하는 그이를 배웅하며 오늘 하루가 주님의 빛에 나아가는 하루가 되기를 속으로 빌었었다.
잠자리에 누워 그이 손을 꼬옥 잡아 내 가슴에 얹고 둘이 같이 바치는 걸로하고 정성스럽게 주의 기도를 바쳤다.
어떤 때는 곤히 잠자는 남편 손에 살며시 묵주를 끼우고 기도했다.
또 신부님의 주일 강론 중에 자기의무를 충실히 행하는게 바로 복음전파의 첩경이라는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내몸이 남편보다 훨씬 피곤하고 아파도 남편 잠들때까지 아프다하는 다리 주물러주며 성가정을 생각했다.
살티모임에서 창세기 연수회를 마치고 나는 봉사자로서 자격이 없으나 처음부터 아예 봉사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주님의 사랑안에 사는 이 기쁨을 다른 사람 하나에게라도 전하고 싶다는 영원 하나만으로 우리 본당에서 엄마들 5명과 창세기 공부를 하게 됐다. 내가 아는게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주님의 가장 작은 도구로 써주심을 믿으며 용기를 냈었다.
남편이 신부님을 뵈오러 생후 처음으로 성당문에 혼자 들어서기까지의 갈등은 심했다. 그동안 나는 줄곧 사랑이신 주님과 자애로운 성모님께 매달려 간절히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집에 돌아온 그이의 표정은 밝았다. 나는 신부님의 훌륭하심을 다시한번 느꼈고 감사했다.
그 이후로 아빠의 태도에 서서히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십자고상도 안방벽에 모셔놓고、영준이 영신이가 주일학교에 갔다 와서도 큰소리로 말할 수 있고、아이들이 영세 받고 싶다고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신다.
바오로 서원에서 한달에 한권씩 사보는 신심서적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걸 보곤 예수쟁이 책 모조리 불 살라버리겠다고 성질을 내곤 하던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면 「빛을 찾아서」(최창무 신부님 저)를 읽는 걸 볼때마다 예수님이 우리 가정안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심을 느끼게 되어 화를 낼 일도、주님께서 같이 계신데 내가 어찌 ? 이 생각을 하면 온화한 말로 하게 된다.
기도 하자고만 하면 늘 『우리 아빠 성당오게 해 주셔요』하는 4살 난 소영이도 아빠가 들어주는게 신이 나서 낭랑한 성가를 제법 잘 부른다.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아쉬울 것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부부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며 살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면서、주일이면 아빠와 아이들 온 가족이 모두 제대 앞자리에 앉아 미사 봉헌하게 될 날을 그리며 잠들려는데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느님이 사랑하시고 남편의 사랑이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이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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