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10월 18일 여의도 광장에서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신앙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아직도 그 기쁨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1784년에 창설된 한국교회는 신해년과 신유년의 박해를 거쳐 1831년에 북경교구로 부터 독립하여 비로소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이어서 기해년과 병오년. 병인년의 대 박해와 교난을 거치는 1백3년 동안 수많은 순교선열들이 피로써 신앙을 증거해 오다가 1886년에 이르러서야 신교의 자유를 얻게 되었으나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또다시 수난을 겪어야했고 조국의 광복을 본 후에도 한국교회의 반쪽이 북한 공산주의에 의하여 이미 침묵의 교회가 되어버린 역사적 현실적 상황하에서 이 나라 가톨릭 사상 처음으로 80만의 신도가 한자리에 모여 하느님과 온 겨레 앞에서 우리의 신앙을 자유롭게 고백하고 이민족의 복음화를 다짐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전술한 바의 한국교회의 수난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분명히 역사적이고도 승리적인 신앙의 대제전이 아닐 수 없었다.
또 우리는 이 대회를 통해 피 흘린 순교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 거목으로까지 성장해 온 한국교회의 저력과 그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어 하느님께서 강복하시는 인류구원의 참 교회임을 내의에 천명할 수 있었다.
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을 따르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복음적인 확신을 가지고「와서 보시오」라고 외치리 만큼 자신과 의욕에 충만함을 대 사회적으로 보여준 대회였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국내외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그리스도의 인류구원의지를 다시 한번 선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역동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한국교회는 이제부터 신앙대회 이후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난번 공의회가 그 제 1회기에서 「교회는 세상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자기소개를 할 것인가」라는 의제를 제기한 바와 같이 스스로 세상에 대하여 무엇을 말해야 하며 행하여야 하며 어떻게 하느님의 백성의 공동체답게 자기소개를 지속해야 할 것인가의 실천적인 과제가 남아 있음을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지난번 신앙대회는 단순히 교구설정을 기념하는 일시적인 행사로 끝난것이 아니고 우리의 생활 안에서 신앙대회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리하여 여의도의 신앙대회는 교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신앙을 실천하는 면으로 더욱 승화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인류구원의 빛이 신앙대회라는 외부행사를 통해서 잠시 빛났다가 사라지는 섬광처럼 되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더우기 선교 2백주년을 눈앞에 두고서 순교선열의 위업을 기리고 이나라 이 민족을 복음화하여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더욱 임하게 하자면 우리의 각오도 더욱 새로와져야 하며 모두가 하나같이 복음화 대열에 동참하여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 한국교회는 보다 더 자각하고 쇄신하고 대화하고 일치해야 한다.
우선 우리의 자각을 촉구하는 것은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일원이라는 자기발견의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개인주의적인 구원관이 잔존해있으며 하느님백성의 공동체인교회가 인류공동체의 구원의 성사임을 깊이 자각하는 차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기주의적 사고와 무사안일에 머물러 봉사와 희생을 외면하는 지체가 있는 교회로서는 세상을 복음화 하기도. 자기소개를 하기도 어렵다. 다음으로 이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쇄신해야 한다.
공의회 후 우리 교회는 서서히 현대적응을 이룩해 가고 있으나 보다 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깊은 내면에서의 회개와 쇄신이다. 교회가 그 사명을 다 하고 인류사회에 보다 나은 봉사를 할 수 있기 위하여는 활발한 생명의 작용이 있어야 하는 바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생명에 접하는 끊임없는 회개와 쇄신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가 세상을 향해 대화하고자 하면 먼저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수렴되는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느님과의 수직적인 관계에 못지않게 수평적인 관계도 정상화되어야 한다. 사랑과 일치와 희생의 성사인 생명의 빵을 나누어 먹는 같은 우리안의 형제 자매이면서 하느님과 함께 하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을 향해서도 복음적인 대화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우리는 먼저 교회 내에서 일치해야 한다. 사랑의 계명을 받은 우리는 기도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일치의 완성을 더욱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서 세상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
요컨대 신앙대회 이후의 한국교회는 민족 복음화라는 대명제 앞에서 더욱 자각하고 쇄신하고 대화하고 일치하여 스스로의 자세를 가다듬고 구원의 도구로서 자신을 온전히 바쳐 빛과 소금과 누룩이 됨으로써 신앙과 전례와 사랑과 선교의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를 이룩하여 이 민족의 복음화 하는데 배전의 기도와 노력과 봉사와 희생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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