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복자여. 주님의 용사여』장엄하고도 우렁찬 성가가 여의도 광장에 메아리치자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여 성가를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나는 1백50주기념 전국신앙대회에 참여한 기회에 추기경님을 비롯한 주교단과 사제단의 입장을 한채 그 장엄한 행렬을 보다가 그만 목이 메이고 말았다. 하늘 나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저 행렬이 아닐까하고 착각하게끔 만든다. 사실. 나는 대회 전날 대구를 출발하면서 30만 명이 모여 들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 넓은 광장이 텅비지 않을까? 집회치고는너무 초라해서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사로잡혀 내 한몸이라도 더 참여해야지 하고 서울행을 결심하였다.
서울에 도착한 저녁부터 새벽 2시 넘게까지 내리는 빗소리는 나를 더욱 초조하게 하였다. 제발 날씨라도 좋아야 할텐데. 나의 요사한 예감과 이 그칠줄 모르는 비! 캄캄한 밤하늘! 모든것이 불안하기만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끼리 밤 깊은줄 모르고 그간의 회포를 나누다가 어느듯 잠들었고 늦잠에서 깨어났다. 다행히 비는 그쳤으나. 또 다시 뿌릴것만 같은 먹구름으로 뒤덮인 아침하늘. 모처럼 촌놈 상경한답시고 새로 맞춘 양복이다 젖을지언정 아무리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나만은 참여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아침을 먹고 친구차에 편승하여 여의도 가까이 왔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광장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와! 하고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왔고 동승한 친구가족들도 경탄해 맞이 않는다.
10시에 시작인데도 9시에 벌써 그넓은 광장을 메운 인파! 차의 물결! 너무나 감동되어 나의 기우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였는지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었다. 손에 손에 깃발을 든 두건장한 농아가 비록 손짓 수화일 망정 기쁨으로 가득한 얼굴표정! 모두가 웃음으로 눈인사를 나누는 따사로움! 누가 가톨릭교인은 무표정하고 차갑다고 빈정거리겠는가! 울긋 불긋한 깃발아래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기도하는 모습들! 형제자매들 과연 하느님의 자녀다왔다. 둘만 모여도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겠다고 하셨는데 신앙으로 뭉친 이인파에 어찌하느님께서 외면하시랴! 촌닭같이 놀란 나는 매우 감동하고 감명받고 감사할 뿐이였다. 아무나 부여잡고 참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충동!
그러나 눈으로 모든 대화를 나눈것같은 후련함. 뒤늦게나마 하느님의 자녀로서 불리움을 받고 이 여의도광장에서 하느님의 자녀라는 긍지를 갖고 하느님을 찬미ㆍ찬양하게 인도해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아니나만이아닌 이곳의 모든이가 그러하리라. 신앙대회가 끝난 귀로인 양인도교는 차도 중앙선을 분계로 인파의 물결이 유유히 흘렀고 지방으로 되돌아가는 버스차창을 향해 손흔들어 환영해 주는 친절하고 따사로운 손의 물결! 생면부지의 신자들이건만 손흔들어 환송하고 손으로 답례하는 아쉬움의 교차! 또다시 목이 메이고 그 어떤 뜨거운 열기가 가슴속 깊이에서 샘솟는다. 차갑다. 인정미 없다. 인사성 없다. 나 위주의 신앙심 운운하던 그모든것이 인도교상에서 하나씩 하나씩 한강물속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 두눈에 보이는것만 같다.
우리도 저마다의 가슴속 깊이에는 저런 뜨거움과 친밀성이 내재하면서도 표현치 않는 겸손과 미덕이 숨겨 있구나 하는 것을 재삼 인식케 되었다. 또한 이러한 모든 감명을 나만이 아닌 참석자만이 느끼데 됨을 못내 아쉬워 안타까왔다. 이 다음 2백주년에는 내가 아는 모든이를 설득시켜서라도 동참하도록 노력해 보련다.
『하느님이 역사 하심엔 반드시 하느님께서 돌보아 주신다는 신뢰심을 저버리고 비내리는 현실에 급급했던 나의 나약한 신앙심! 나의 미천한 사고력! 이를 계기로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굳은 신뢰심과 신앙심을 갖게 해 주시옵기 기도드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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