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섬 작은 분교의 어린이들이 그림이나 이야기로만 보고 듣던 서울 나들이를. 그것도 작고 고운 꿈들이 한껏 밝게 다녀갔다는 흐뭇한 소식이 지난 1일 本報 3면의 머릿기사로 나왔었다.
낙도 소년들의 서울 견학이야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것은 좀 다르다.
그것은 신문기사의 한 밝은 소재이기보다는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새로운 한 증언처럼 아름다운 것이어서 그렇고 또 앞으로 있을 낙도 소년들의 서울 초청 견학은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시사를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다.
사연은 지난 1978년 서울 가회동 본당의 주일학교 교사들이 충남 보령군 오천면에 속하는 추도와 소도의 일원에 하계 봉사활동을 시작한데서 연유되었다.
그들은 해마다 이 작은 섬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맺어진 인연을 그리스도적 사랑의 차원으로 이끌어 더욱 깊은 형제애를 나누기 위하여 우선 추도분교의 전교생 32명을 서울로 초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뜻에 모든 신자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어 본당의 운동으로 실현을 보게 되어 마침내 지난달 9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가회동 본당 모든신자들의 따뜻한 정성 속에 32명 전교생은 선생님과 함께 꿈에 부푼 가슴으로 서울의 거리를 거니는 감격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의 낙도 어린이들의 서울 견학이 종래의 몇 유형과는 다른점을 보면서 이것이 참으로 사랑의 나눔임을 느낀다.
가회동 본당 신자들은 낙도 어린이들을 초청할 만한 특정 개인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사회적 목적을 위한 특수단체도 청소년 교육기관도 아니다. 그러니까 섬마을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할 별다른 입장에 있는사람들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초청을했다. 그들의 초대의 의도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어떤 상찬이거나 무슨 목적이있는 행사의 일환이 아니었다. 더구나 동기 또한 한때의 일시적 신의 만도 아니었다. 본당내의 주일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청년들의 수년간의 지속적인 봉사활동과.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신자들이 참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동기에서 사랑의 나눔을 원했던것같다. 그래서 2박 3일간을 신자들의 가정에서 민박하게 하면서 그들의 자녀들인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서울구경을 하게 하고 서로 손잡고 어울리며 사귀는 기회가 되게 하였다. 그리고 여름마다 섬마을로 왔던 낯익은 주일학교 교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함께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종래 낙도 어린이들의 서울견학이 때로 어린이들의 꿈을 심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나 생소한 환경과 새로운 자극이 어린이들의 정서를 해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와 견학후 낙도에서의 실제 생활지도와. 연결에 있어 문제점들에 대한 것들을 해소하는 교육적 의미를 지닐 뿐아니라 일정전체의 치밀한 배려가 참사랑의 나눔이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이 농어촌 봉사활동의 연장이며 그 결실이라는 점에서 새롭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근래 우리사회에서 특히 젊은이들의 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때로는 이런 봉사활동이 참으로 농어촌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었던가 하는 점에서 생각해 볼 때 상당한 계획과 준비 및 지속성을 지니지 못한 것은 오히려 도시와 농촌간의 미묘한 위화감마저 주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됨이 솔직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면에서도 가회동 본당의 경우는 한 본본기가 되는 것이다.
특히 서울견학 일정 중에서 절두산 순교자 박물관에서 수녀들의 지도로 처음 기도를 해 본 경험을 매우 인상깊다고 고백하는 한 어린이의 소감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일생을 두고 깊고 큰 힘이될 것을 가슴에 심어주는 견학이 되게한것은 어린이들의 나들이가 관광위주 보다는 참된 견학이라야 하겠음을 반성하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도시의 모든 본당과 가톨릭액션단체들은 이번의 예를 두고 크게 고무되기를 바란다. 참으로 오늘의우리사회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생동적인 방안은 무진한 것임을 가회동 본당은 보여 준 것이다.
그것은 사랑의 나눔과. 교회가 사회안에 존재함을 보여준 한 예가 됨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두메 산골이 바로 우리 곁에 따뜻한 정성과 갸륵한 사랑으로 채워야 할 빈 가슴들이 아직 얼마든지 남아있고 그곳에서 주님은 우리를 부르시기에 응답의 자세는 기교가 아니라 삶 그자체로 우리앞에 이렇게 늘 새롭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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