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정사상(丁夏祥)의 묘소가 현 토지 소유주에 의해 지난달 26일 파묘, 소각되어 귀중한 선열의 한 유적을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게 되었다.
정사상(바오로)은 1795년 정약종의 차남으로 출생하여 신유박해 이후 한국교회의 지도자로서 조선교구 설정의 막후 주역이었으며、큰 공로자 중의 한분이시다.
아홉차례나 北京을 왕래하면서 끊임없는 헌신과 노력으로 한국교회에 목자들을 모셔 들어왔고、한국에 들어온 최초의 주교로 순교하신 앵베르 주교와 샤스땅 신부 모방 신부를 모시고 한국 초대교회에 빛나는 공헌을 하신 분이시다. 마침내 관헌에게 잡히게 되어 여섯차례의 모진 고문과 형벌에도 꿋꿋이 진리를 증거하고 45세를 일기로 서소문 밖에서 참수지명을 당사시어 지금은 순교복자위에 오르신 분이다.
특히 그는 1839년、때가 이르렀음을 짐작하고 호교문인 상재상서(上幸相書)를 써서 몸에 지니고 있다가 관헌에게 잡힌 후 이를 내놓았다. 3천 4백자의 글로서 천주교의 교리를 밝힌 이 호교론은 그 후 필사본으로 전해오던 것을 1887년 불랑(Blanc) 주교가 홍콩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여 홍콩천주교 교리교육의 기본재로 사용하기까지 한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순교복자 정사상의 묘는 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24일 경기도 광주군 동부면 검단산 계곡에 그의 부친 정약종의 묘소가 있던 산비틀에서 발견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없게도 관리인이 갑자기 바뀌면서 파묘소각의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고 한다. 교회사와 한국 근세사의 한 역사적 인물의 묘소가 귀중하게 발견되었다가 무지와 무관심 속에 이렇게 어이없이잃어버리게 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파묘된 정하상의 묘 주변에서 천진암 까르멜 수녀원 수녀들이 이틀간 유물로 추정되는 물건들을 찾아 정리했다는 보도는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교회는 외로움을 상징하는 모습같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고、지난 11월 9일 파묘 소각된 묘소 현장에서 정밀 발굴결과 치아 1개、뼈마디 2개 등 유해 3점과 관조각 등이 수거되었다는 소식은 순교선열들의 유적 관리와 보존에 대한 무리 모두의 보다 깊은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경종으로 받아들여 진다.
비록 한때의 소홀함이더라도 그로 인해 사라진 것은 다시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 역사와 문화의 유물이다.
더구나 그것이 단순히 유물자체로서의 의미보다 그것을 통해 자극받고 각성되며 촉구되는 정신적ㆍ영적 가치창조의 소재로서 깊은 의미를 지니는 것일 때、잃어버린 정신적ㆍ문화적 손실은 이러한 점에서 귀중한 교회의 영적 손실이며 한국 근세사의 한문화적 유산의 신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순교선열의 유적을 보존하고자 함은 한갓 석양비긴 추억을 위해서가 아니다. 또、한 시대의 사적고증을 위함만도 아니다. 그것은 생생한 증거적 삶을 오늘의 신앙생활 속에 재현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한국 교회 창립 2백주년을 목전에 두고 우리는 지금 조국의 역사 속에 작용하신 성령의 신비로운 사람의 힘과 구원의 심리를 깨달아 민족의 진로를 이끌 영적지주를 발견해 가야하는 역사적 소명 앞에 불리움 받았음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순교선열들의 생생한 증거적 삶을 말해주는 자랑스러운 유산을 이어받는 영광을 누리며 더욱 훌륭하게 전승시킬 책임을 동감하기에 단 하나의 유품도 그토록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차제에 순교선열의 유적과 유품의 관리보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하기 위해 금번묘소의 파묘소각의 경위를 더욱 소상히 밝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교회의 내적쇄신 운동과 병행하여 교회사 연구와 순교적 삶의 생활화 운동이 범사회적으로 번질 수 있도록 연구되고 지도되기를 촉구하고 싶다.
한국 초대교회는 세계 교회사에서「로마」의 박해에 버금가는 1백년의 고난을 이겨왔다. 그간에 수천의 순교자와 수만의 사도들이 거룩한 삶과 죽음으로 진리를 증거했었다. 그러나 객관적 증거자료의 빈곤이 겨우 1백3위의 복자만을 모시고 있음은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보다 과학적인 연구와 자료의 발굴로 복자들을 더 많이 모시고、우리 자신의 간절한 기도와 희생으로 복자들의 기적의 은혜를 주님께 탄원하여 한국에 성인을 낳게해야 한다.
교회사는 자연적 언수 누적에 의의가 있지 않다. 우리의 역사적 소명에 대한 자각의 촉구를 위한 또 하나의순교로 정하상 묘소의 소실은 승화돼야 한다.그의 파묘를 한국교회가 한국교회사적 자각을 위한 제 2의 순교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못난 후예의 수치를 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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