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1월 8일 일요일 이었다. 갑자기 날씨가 무척 추워졌지만 미리 약속된 순례를 떠났다. 샅을 에이는듯 찬바람이 불어오는 산속에서 가엾게도 그만 우리는 길을 잃어버렸다. 감각조차 없을 정도로 빨개진 손과발로 수리산 북쪽의 호랑이 숲과 절벽을 아래위로 기어오르며, 엎드리며 그러다간 또 발을 헛디디고 비틀거렸다. 헉헉 가쁜 숨을 내쉬면서 긴 시간을 헤매었지만 결국 우리는 길을 찾았고 고생을 하면서 참다운 순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또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늦었는데 제시간에 안양본당에서의 미사를 참례할수 있을까!
아침에도 적당한 시간에 떠났고, 열심히 기도하며 또 성가를 부르며 순례하려한 우리들이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을까? 옷은 온통 낙엽과 흙이 엉겨붙었고 머리도 엉망으로 헝클어진 순례자 열명이 겨우 복자묘지에 도착 했을때는 마침 인천교구 주안 1동 본당레지오단원들이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려던 순간이였다
그것은 복자 최방지거의 첫번째 자그마한 기적이었다.
아무리 배가고프고 몸이 피곤했지만 미사에 참례할 수 있어 우리들은 너무나 기뻤다.
신부님은 우리들을 맞이하며 『어디서 왔느냐』고 하셨다.
조금 단정하지 못한 모습으로 인천 교우들앞에 나타났지만『안양 근로자회관 사람들』이라고 말씀드리고 따뜻한 환영을 받았으며 형제끼리 거룩한 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봉헌때가 되었을때 갑자기 신부님은『오늘 봉헌금은 근로자회관 젊은 근로자들을 위해서 드립시다』하고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눈물이 나올정도로 기뻤다 요즈음 신부님들과 교우들은 많은 예비자들을 맞기 위해 너무나 바쁘시다는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근로자회관 식구들은 자기보다 어려운 형제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조금부족하지 않을까 하고 느끼고 있었고 가끔 실망할 때도 있었다. 교회가 우리 젊은 근로자들을 좀더 이해하고 봉사할 마음이 생기도록 순례길에 나섰는데 우리들을 모르는 다른교구 교우들에게서 따뜻한 마음이 왔다는것은 우리에게 있어 바로 복자 최방지거의 두번째 큰기적이 되었다. 여의도에 십자가가 나타났다는 것이 기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 이유없이 처음 만나는 형제들이 젊은 근로자를 위해 4만 5천여원의 헌금을 바치는것. 우리들은 그것을 사랑의 기적으로 받아 들였다. 그돈은 월급을 2만 5천원 밖에 못받는 한 젊은 근로자에게 우리회관에서 거의 두달을 살 수 있는 보조금이 되었다.
깊은 산중에서 마련된 이 사랑의 나눔 잔치를 마련해 주신 복자 최방지거에게 영광과 찬미를 드리며 인천주안 1동본당 교우들에게 다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번 순례를 통한 작은 기적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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