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받은 지 십 칠년, 십년동안 교만과 허영ㆍ물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냉담으로 더러운 시궁창에서 허우적거리는데 전하본당의 레지오 단원들의 끈질긴 회두권면이 지나온 냉담십년의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광야에서 길 잃고 어머니 손길을 놓친 채 방황하는 세살백이 어린이-. 당신의 손길을 놓치고 시궁창에서 허위적거리는 나를 얼마나 걱정하셨을까? 『어머님, 한번만 더 이놈의 손을 잡아 주시면 다시는 그 따사로운 손길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다시 주님 대전에 나아가기 두어 달, 주님은 나에게 시련을 주셨다. 집사람(요세피나)이 선천성 성모판 판막이식이란 수술을 받게 되었다. 『주여 십여 년 주님을 배신한 보속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경과는 아주 좋았다. 주님은 시련만 주시는 게 아니고 구원까지 주시는 것이었다. 주치의는 퇴원할 때 이삼년간은『절대안정』을 권유하였으나 가정주부가 안정이란 어려운 노릇이다. 눈에 보이는 가정 일을 일일이 남의 손을 빌리자면 한이 없다고 꼼지락 거리다가 넘어져 수술부위가 악화되어 세브란스 병원에 재입원 하였다. 집에서 입원 차 출발할 때 본당신부님께 찾아가서 세브란스병원부근에 계시는 신부님을 모셔다가 기도를 받고 싶다고 하였더니 서대문 본당과 연희동본당의 전화번호와 신부님본명을 수첩에 적어 주셨다
도착하던 날은 늦어서 병원에서 자고 그 익일 아침 서대문이나 연희동본당에 신부님 모시려가려고 병실 문을 막 나서려니 복도에서 신부님한분과 중년부인 한분이 병실 문 앞으로 오시다가 마주칠 뻔하였다.
『신부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우리는 환자 방문차 왔는데.--』
『저는 울산 전하본당 신자인데 지금 집사람이 이방에 입원하고 있는데 신부님 모시려 가려는…』
『그래요. 들어갑시다.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을 도우려고…』
그래서 우리 내외는 기도를 받고 성체까지 모실 수 있었다. 그 신부님이 후암동본당 김정진(바오로) 신부님이며 같이 오신 부인은 사엘리사벳 부인이었다.
십 여년 주님을 배신하고 살아온 나를 주님은 잊지 않으시고 더욱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아시고 『유스띠노야, 네가 신부 데리려 안가도 내가 보내주겠다』하시며 김신부님을 보내주신 것이다 .물론 주님은 집사람에게 건강도 도로 주셨다.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냉담에서 회두 한 것과 요세피나의 수술당시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에 모르게 지나쳐서인지 정말 많은 은총을 받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면관계로 더욱 자세히 쓸 수 없는게 유감스럽다 그분에게 받은 사랑과 은총을 이웃에 같이 나누며 주님의 사업이라면 물ㆍ불 헤아리지 않고 뛰어들어 일하리라 결심하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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