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주교총회의 결의사항 중 주교회의 공동체성과 운영의 효율화를 위하여 기구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그 개편 내용을 보면 ① 주교회의 상설기구로서 주교 6명으로 구성되는 4개 주교위원회를 설치하고 특별주교 위원회로서 2백주년 기념 준비 주교위원회를 둔다. ② 주교위원회는 관계분야의 제반문제를 연구심의하고 기존의 전국단체 또는 협의회 등을 그 산하에 예속시켜 공동으로 지도 감독한다. ③ 기존 단체 등의 총 재주교제를 폐지하고(군종단과 외방선교회는 예외)담당 주교를 투어 감독하며 정책 결정 등은 주교위원회의 소관이다. ④ 지도신부에게 실질적인 지도권한을 이양한다. (본보1278호 참조)
이상과 같은 결정 내용에서 받는 인상은 지금까지 주교단의 공동체성과 운영의 효율화를 기하지 못했다는 주교단 자체반성이 전제되고 있고 과거의 총재중심의 지도 감독 체제를 6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공동지도 체제로 전환하고, 총재대신 담당주교는 단순한 감독 및 단체와 위원회 사이의 연락 책임자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지도신부에게 실질적인 지도권한을 이양 한다.』라고 한 점에 있어서는 과거의 지도신부에게는 실질적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주교단 스스로 시인한 것처럼 되어있다. 한마디로 주교단의 자각과 반성을 엿볼 수 있다.
주교회의 역사는 형행 교회법에 의하여 오래된 것이지만 실질적인 주교회의 구성과 운영 체제는 공의회의「주교들의 교회 사목직에 관한 교령」(크리스뚜스 도미누스)에 의거하여 발족한 것이다. 따라서 약15년의 일천한 역사밖에 지니지 못하고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그동안 조직과 운영상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한 것이 사실이었고 주교회의의 권위는 날이 갈수록 실추되어가는 인상을 주어온 것은 부인 못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교단의 자체반성에 의해 새로운 조직을 마련하였다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바로 포착하였다고 하겠다. 우리는 한국 주교회의의 역사를 계속 지켜 보아왔고 무수한 사설을 통하여 주교단 운영에 관한 호소와 건의를 제창하여 왔다. 그만큼 교회를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을 일차적으로 주교회의에 쏟아왔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바이다.
오늘도 같은 사랑과 충정의 마음으로 몇 가지 우리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자한다.
첫째, 주교단은『주교회의 공동체성과 운영의 효율화를 위하여』기구개편을 한다 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동안 주교단의 공동체성을 얼마나 강조하고 갈망하였는지 모른다. 가톨릭의 본질과 특성을 그 공동체성에서 찾아볼 수 있기에 그 점을 강조하였다. 오늘도 신학적으로 주교들의 공동성(Colegialitas)은 아름답게 설명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일에 있어 공문화(空文化)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원인은 대체로 개별 주교들의 이념의 차이와 교구와 교구간의 이해관계의 장벽에서 온다고 보고 있다. 집단 지도체제라는 기구개편만으로 주교회의 공동성의 실현이 잘되리라고 믿는다면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라 하겠다. 주교의 공동성 이론은 고차원의 교회의 가르침이기에 고도의 자각을 개개 주교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둘째는, 이념의 다양성 문제이다.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공의회는 일치 안에 다양성을 허용하고 있을 뿐, 일치를 손상시키는 다양성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날 이 문제에 대해서 가슴 아픈 체험을 치루어 왔고 앞으로도 같은 난관이 없다는 아무 보장도 없다. 이문제의 극복은 연구와 이해를 통한 일치에로의 접근 모색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줄 안다. 깊은 연구의 뒷받침 없는 대화는 이해와일거의 주교회의의 운영의 근본적 결함은 연구의 뒷받침 없는 주교회의 였다는 것을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이점의 보완책 없이는 모처럼의 기구개편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단언 한다
셋째는, 교회질서의 재확립이다. 오늘날 교회 공동체가 통란 하는 것은 교회의 난맥상이다. 뜻있는 사람들은 공의회 이전의 교회질서를 동경하기도 한다. 공의회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은 절대 아니나 질서회복을 갈망하는 나머지 그와 같은 향수를 느끼는 것이다. 교리ㆍ전례ㆍ신심ㆍ윤리ㆍ위계질서ㆍ사목자세ㆍ애덕과 친교 등에 걸쳐 질서회복이 요청되는 과제들이 허다하다. 진보와 다양성의 명분아래 질서가 파괴될 수는 없다. 교회의 위신을 살리고 교회 공동선을 최대한으로 추구해 나가는데 최대의 장애요인은 무질서임에 틀림없다. 주교회의의 일차적 과제는 한국 교회의 질서 확립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성싶다. 교회 공법의 발표가 내년에 있을 것 이라고 하지만 한국 가톨릭교회의 교도권의 집결체인 주교회의는 최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한다.
넷째는, 주교회의의 공개성이다. 오늘까지 주교회의가 교회전체의 관심과 참여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것은 폐쇄적이고 비밀주의를 탈피 못한데 있다하겠다.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서 그렇게 패쇄적이라야 할 것인가? 다 알리고 협력을 요구할 때 능률적인 것이 될 것이다. 모처럼의 주교회의 운영개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우리의 충정을 다시 한번 표명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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