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무거운 평상을 옮기려다 말고 나는 그 자리에 그만 폭삭하고 주저 앉았다. 분명히 좌골 가까운 척추 뼈마디에서 삐걱, 딱! 하는 소리가 나는가 했더니 이내 살을 에이는 격렬한 통증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음…』
빌어먹을 것,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을 부를 수도 없다.
그뿐이 아니다. 조금만 크게 숨을 내쉬어도 인정사정없이 살을 몽땅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불덩이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꼼짝없이 앉은뱅이 신세가 되고 마는구나 싶었다.
『침을 맞는 것이 제일입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다. 침이라니! 무언 놈의 얼어 죽을 침인가 싶었으나 결국을 침술원을 찾아 갔었다.
『잘 오셨습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잘못하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비록 눈은 사팔뜨기 였지만 사람만은 몹시 좋아 보이는 한의사(漢醫師)는 커다란 침이 여러 개 담기 침통을 들고 내 볼귀짝을 찰삭 찰싹 내리쳤다. 그러다가 따끔하면 그 큰놈을 하나씩 허리에다 쑤셔 넣는 모양이다.
이제 죽이거나 살리거나 네 마음 내키는대로 하려므나 싶어 눈을 지긋이 감고 엎들어 있으려니, 남의 것이라고 함부로 엉덩이를 철썩 철썩 잘도 처댄다.
『척추마디에는 스폰지 같은 바킹이 끼어져 있습니다. 그것이 어긋나면 척주가운데로 지나가는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에 통증이 옵니다』
의대 K박사의 말씀이다. 결국 잘 안되어서 여기에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물리치료(物理治療)효과가 없었다.
『말도 마시오, 나도 5년 전 딱하고 허리를 삐었는데, 지네라든가 뱀이라든가 하는것 들을 닥치는 대로 다 먹어 치웠지요』
이것은 선배인 R법박(法博)의 말씀이다. 선배님의 말씀인데 역겹더라도 나도 지네랑 뱀이랑 마구 날것을 통째로 집어삼켜야겠구나.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보다도 더 잘 듣는 약이 있습니다.』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어떻든 하느님의 은총으로 부여받은 소중한 생명인데 보다 소중하게 잘 간직해야하고 그러기에 꼭 살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력(意志力)만 있으면 나아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K의 처절하고 생생한 삶과 죽음의 막다른 체험에서 얻어진 교훈이었다. K는 밤늦게 가게 문을 닫고 나서다 두 명의 괴한으로부터 살인강도를 당했는데 머리와 얼굴 등 백 수십 바늘을 꿰매고도 악착같이 다시 살아난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의지의 사람이다. 결국 하느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도우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소중한 삶을 지키려는 강한의지력을 지닌 자 이기에 살려주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내가 이게 무슨 꼴인가. 너무 절벽 같은 절망감을 의식하지 말라구…허리를 조금 다친 것을 가지고, 아무래도 내가 허풍이 지나쳤던 것 같아서 낯이 간지러워진다.
지금까지 서울 돈암동본당 보좌이신 경갑실 신부님께서 수고 해주셨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부산 대양공업고등학교 교장이며 문 본당 회장이신 황정환 선생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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