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이 쓸어진 보도위에 낙엽 한잎이 뒹군다. 거리에는 벌써 회색이 깔린 어둠이 찾아들었다. 가로수를 쳐다본다. 잎이 거의 떨어져 버렸다. 어느새 많던 나뭇잎들이 저렇게 떨어져 버렸을까? 그러고 보니 첫눈이 내린지도 오래전이고 대림절도 시작됐겠구나…혼자 독백을 하며 새삼스럽게 정녕 오랜만에 세월의 줄달음침을 음미하며 그분께서 허락하신 그 많은 시간들을 되새겨본다. 『오늘 하루를 당신께 봉헌하나이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당신안에 일치하며 또한 이웃 모든 이들과 사랑의 일치로써 당신 안에 머무르게하소서』이렇게 시작되는 하루였지만 하루의 나래가 조용히 접어질 즈음 가슴에 와 닿는 마음의 여운은 길게 길게 안타깝게 그날의 종장을 찍는다. 삶의 의의와 생존의 존재 가치를 묵상하며 그분께 다하지 못한 불충을 통회와 성찰로써 용서를 구하고 미래의 영생에 대한 구원의 희망과 기쁨을 안으며 자기 앞에 닥치는 크고 작은 시련들을 믿음으로 인내하고자 무던히도 애쓰던 시간들이 아니였던가? 인간에게 필수적으로 도래하는 시련과 고통. 고통이 은총과 축복으로의 성화된 귀의(歸依) 라는 참된 뜻을 알았을 때 생전에 소화데레사 성녀께서『고통이 없는 날은 하느님께서 나를 버리신 날이며 사랑을 거두워 가신 날이다』라고 말씀하신 고통의 신비와 고통안에서 그분과의 만남이 더욱 다정하고 심오하고 신비로움을 터득할수 있는 것 같다.
힘든 날들이었다. 고되고 바쁜 날들이었다. 시간의 흐름도 계절의 바뀜도 의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날들이었다. 「보험 세일즈」이것이 생계를 위해 뛰어든 직업전선이었다. 세일즈 치고 어렵지 아니한 것이 없다. 그러나 『보험 세일즈에서 성공하는자 인생의 승리자가 된다』는 말과 같이 제일 어려운 직업이 보험세일즈다. 아기를 업고가는 젊은 여인의 뒤를 따라가며『애기가 예쁘네요. 학자금은 마련이 되셨어요? 』할라치면 징그러운 송충이라도 붙어간다고 생각되는지 대답도 않고 줄행낭을 친다. 친척집을 찾아가서 벨을 누른다. 문을 여는 친척에게 『보험 때문에 찾아왔는데…』미처 말을 맺기도 전에『지금 손님이 오셨으니 다음에 찾아와요…』쾅! 쇠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왜 보험회사를 들어갔니? 우리들 난처하라구…안들어줄 수도 없구나…』이것은 친구들의 핀잔이다.
눈길에 미끄러져 오른팔이 부러졌다. 모든 일을 왼손으로 해야만 했다. 이러한 모욕과 면박! 경멸과 어려움속에서 한가닥 남은 자신의 프라이버시마저 완전히 내동댕이치고 말아야했다. 『자존심의 벽을무너뜨리자』『인내로써 참고 그분께 용기와 지혜를 구하자』몇번이고 뇌이면서 아니 오히려 이러한 어려움이 그분이 당하신 학대와 천시에 비하면 얼마나 미소한가를 느끼면서 햇수로 3년을 견디어왔다.
선천적으로 악착스럽지 못한 성격、약하디 약한 기질로 이 엄청난 일들을 감당해 낼수 있었던 힘의 배경은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도 없이 그것은 오직 그분과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고통과 시련중에서 믿음은 성장했고 굳어져 갔다. 용기와 인내와 지혜와 사랑을 구하며 조금이라도 그분을 닮고자 노력하는데 귀중한 기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절망치않는 용기、강한 인내、고통을 기쁨의 신비로 승화시킬 수 있는 덕행에로의 준비…이 값진 시간들을 주신 그분께 감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주님! 』
『경멸과 모욕중에서도 우연히 미소로써 대응하게 하소서…따사롭고 인자로운 모습으로 그들앞에 서게하소서…』
지하도 입구에 웅크리고 앉은 아이에게 동전 몇푼 쥐어주고 총총걸음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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