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김해(金海) 땅에 명판관(名判官)이 한 사람 있었다고 하는데、그는 송사를 판결할때면 어찌나 그 솜씨가 귀똥찬지『정말 저분이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을 명판관이야. 암、명판관이구 말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했다고 한다. 한번은 지게에다 옹기를 잔뜩 쌓아올려 이것을 간신히 짊어지고 장터로 나가던 응기장수(甕器匠手)가 때마침 불오온 회오리바람에 말리어 빙글하고 한바퀴를 돌고는 그만 길바닥에 나가 떨어졌으니 박살이 난 것은 옹기였다.
그래서 그는 울며 용하다는 재판관에게 호소를 했더니 판관은 당장에、
『여봐라! 얼른 낙동강(洛東江)강변으로 달려가서 내려가는 뱃사공과 올라가는 뱃사공을 한놈씩 붙잡아 오너라! 』
이렇게 호령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잽싸게 달려나가는 포졸들도 포졸들이려니와 과연 속시원한 속결(速決)이었다.
『네 이놈들! 네놈들중의 한놈은 바람이 불어 내려가기를 바랬고 또한놈은 올라가기를 바랬으니 어찌 회오리바람이 일지를 않겠느냐? 그래서 저 응기장이는 상품을 모두 박살을 내고 말았으니 당장에 그값을 물어주렸다!』
이 같은 명판의 호통에 억울한 뱃사공만 골탕을 먹고 말았으나 판관의 명성만은 점점 더 높아만 갔다고 하는데 설마하니 옛날 이라고해서 이런식의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수 있는 제멋대로의 판결이야 있었을까 마는 진정한 명판관은 사실은 바로 우리본당에 있었다.
우리본당의 B형제는 고법판사(高法判事)이신데.
그러니까 5ㆍ6년전의 일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 부부가 함께 저지른 금준문제에 얽힌 꽤 무서운 형사사건으로 피소되어 왔는데、그들에게는 어린애기가 하나 달려 있었다.
그래서 그 정상이 너무나 가련해서 남편에게만은 집예(執豫)를 선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주장을 했다.
그랬더니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부부는 모두 엄벌로 다스려야 마땅하다는 강경론이 나왔는데 B형제는 그것은 결국 죄없는 어린애에게까지 형벌을 주는거나 마찬가지라며 계속 주장을 굽히지 않았더니 마침내는 그러면 집예는 어미쪽이라야 한다는데까지 기울어지는 눈치기에
『판사님들! 왜 하필이면 아내쪽이냐구요? 하기야 얼른 생각하면 어린애를 돌보는데 어머니라야 할 것같습니다마는 이들의 경우에는 남편이라야 노동이라도 해서애기도 양육할 수가 있고 빚도 가릴수가 있지를 않겠습니까?』
끝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말자는 B형제의 간절한 안배로 합의(合議)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B형제가 예측한대로 먼저 풀려나온 남편이 아내가 복역하는동안 열심히 일을해서 그들이 한때의 잘못으로 저지른 빚도 가리고 아기도 잘 키웠다고 한다.
지금도 그들은 착하게 살려고 무진애를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B형제의 종교를 따를려고 교리반에까지 나오고 있단다. 그런데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움직였을까? 말만으로는 되는 일이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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