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의 새 해를 맞이하여 교회안의 모든 성직자ㆍ수도자 및 신자제위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빌며 인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작년 한해도 국내외ㆍ교회안팎을 막론하고 다사다난했던 해였다고 볼 수 있었다. 다가오는 새해도 국제적ㆍ국내적 또는 교회적으로 보아서 역시 적지 않은 파란곡절이 연쇄 반응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여하한 경우에도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사는 특징을 소유한 자로서 새로운 한해를 교회의 처지에서 어떻게 전망하면서 계획하고 결심하고 실천할 것인가를 다짐해보아야 하겠다.
새해벽두에는 누구나 다 새 계획ㆍ새 결심을 세워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언제난 세모에 가서는 회한과 아쉬움의 여운이 남기가 또한 일쑤다. 하느님백성의 공동체인 교회도 역시 매년 새로운 계획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82년도 한국주교단 공동사목교서에 의하면 금년은 「본당공동체의 해」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민족복음화」의 대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단계로 매년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바 지난해는 「이웃전교의 해」로 정하여 전교회의 특별한 노력의 결과 많은 성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져 매우 다행한 일이다.
이어서 금년을 「본당공동체의 해」로 설정한 것은 또한 특별한 합축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목교서에서도 본당공동체의 기본성격과 사명에 관해 다면적으로 친절하게 또한 자세하게 교시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사족을 가할 여지가 없다 다만 본란에서 특히 제시하고 싶은 것은 본당의 성사성에 관해서이다. 본당은 눈에 보이는 조직, 제도로서의 교회의 기본단위이다.
조직체로서의 교회는 보편교회(세계교회) 부분교회(지역교구) 본당(소교구)의 삼단계로 나누어지는데 그중에서도 본당교회가 세상에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교회이기 때문에 본당을 기본적 핵심적 교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당공동체야말로 구원의 성사인 교회의 진면목을 세상에 드러내 주어야 한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 교회헌장을 비롯한 각 문헌 중에 교회를 「인류구원의 보편적 성사」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주의해야한다.
사목교서에서 지적했듯이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서 그 사명수행의 양태로서 예배의 공동체, 믿음과 희망의 공동체,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 선교의 공동체등으로 열거하고 있지만 인류구원의 성사적 견지에서 볼 때 그러한 예배 믿음 희망 사랑 선교 등의 모습이 표지로서 세상의 눈에 보이게 드러나야만 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결국 구원의 요소이고 또 구원이란 궁적으로 하느님의 나라의 건설이고 확장이고 완성인 것이다. 교회가 이러한 인류구원의 요소를 세상에 보이는 표지이고 도구의 역할을 하는 의미에서 제도로서의 교회는 바로 인류구원의 보편적 성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바티깐공의회」는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본당이 이러한 표지를 어떻게 드러내야 할 것인가 여기는 두가지면이 있어야하겠다 하나는 대내적으로 본당자체에서 본당신자상호간에 위에서 열거된 제요소 특히 사랑이 충만하여 신자자신들이 보고 느낄 수 있어야하고 외부인사가 보았을 때 거기에 구원, 즉 하느님의 나라가 있음을 보고 느낄 수있어야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교회 자체 안에 내재하는 표지이다. 둘째는 대외적으로 본당이 그가 있는 지역사회에 대해 전기한 요소 특히 사랑의 표지들, 예컨대 가난한 사람·불쌍한 사람들에 대해 구원의 손길을 뻗치는 행위 등 하느님 나라의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이제까지 교회의 자세는 다분히 내향(內向)적이었는데, 앞으로는 외향(外向)적자세로 전화하여 세상 즉 지역사회에 개방된 사회 안의 교회의 모습을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표지를 드러내주어야 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외향적 표지라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새해의 본당공동체의 모습은 내적으로 또 대외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구원의 성사적 교회의 표지를 드러내는데 새로운 역점을 지향하는 한해가 시작되고 이것이 점차로 한국교회 안에 정착되는 과정으로 발전되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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