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동 빈첸시오회를 통해서 첫방문을 나선 나는 다두 형제님의 인도로 72세인 이 마리아 할머니 집으로 찾아갔다.
자녀 한명 없이 외롭게 살아가시는 할머니시라 우린 그 후 계속 찾아갔고 꽤나 정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는 먼 친척이 살고있는 용인으로 고향을 찾아 이사를 가셨다.
날마다 우리들을 보고싶어 하신다는 얘길 듣고도 찾아뵙지 못해 미안해하던 중 13개월이 지난 후에야 할머니를 만나기위해 재회자매와 함께 이른 새벽 용인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들이 찾아가 인사하자 할머니는『매일 보고싶었는데 왜 이제 오느냐』면서 몸이 불편하여 밖에도 못나간지 한달이 넘었다고 말씀하시며 울음을 그칠줄 모르셨다.
우리는 냉방에 연탄을 피우고 집안 청소를 한 다음 점심으로 밥과 라면을 끓여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김치가 다 떨어졌기에 김치를 담아드리려고 가게에 가서『배추 두 포기만 달라』고 하니까 가게주인 아들이『차리리 안먹고 말지 그걸 사려고 왔는냐』면서 핀잔을 주었다.
배추를 사들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또 이웃집 아주머니 한분이 찾아와『아가씨들 수고많군요 그런데 할머니는 무엇이든지 있는대로 다 잡수시고는 방에서 소대변을 보시기 때문에 음식을 갖다드리고 싶어도 갖다드리지 못한다』면서 배가 고프실 때는 아이들을 시켜 사온 라면을 생으로 잡수신다고 말했다.
우리는 할머니를 목욕시켜드리면서 속으로『주님 오늘 저희가 할머니 집도 깨끗이 치우고 목욕도 시켜드렸으니 이제 하느님 품으로 데려가 주십시오』하고 주님께 기도드렸다. 아마 내가 이 기도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은 주님만이 아실 것이다.
라면 10봉지를 사서 드리고 어둠을 헤치며 서울로 돌아오는 우리는 오늘 하루가 보람차고 기쁜 날이었지만 온통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 후 다두형제님과 데레사 자매님이 할머니를 방문하였고 두달 후 재회자매와 함께 몸이 쇠약해진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친척집을 찾아갔다.
온몸은 차갑고 말씀을 더욱 더듬으시는 할머니. 고통속에서도 우리들을 보시고 기뻐하시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시고 웃으시는 천진스럽기만 하신 할머니가 친척아저씨 아주머니의 따뜻한 시중을 받고있는 것을 보니 감사하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 있다 가라는 할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온지 25일만에 할머니께서 주님의 품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버이날이면 할머니 가슴에 달아드리던 빨간 카네이션 대신 이제는 할머니의 영혼을 위해 하얀 백합송이처럼 성모님께 묵주의 기도를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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