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8년에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집안살림에 쫓기는 생활의 나날이 연속되었다.
본당에서 엄마들의 성가 연습이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있다는 것은 1년 전부터 안 사실이지만 이제 두 돌을 넘긴 꼬마를 핑계로 난 한번도 참석을 못했다.
어릴 때 언니 오빠들은 날 보고 음치라고 놀려댔지만 결혼하기 전에는 성가대의 열렬한 단원이었다.
몇주전 공지사항 때 신부님께서 엄마들이 성가연습을 나오라면 괜히 바쁘다 바쁘다하면서 내가 가정방문을 해보니 낮잠자는 엄마들이 더 많더라시면서 아빠들은 밖에서 열심히 일들을 하고 있는데 무슨 낮잠이냐고 호통을 치실 때 사실 나도 통회의 「메아꿀빠」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벼르기만 했지 무의미하게 또다시 몇 주를 보내고 말았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성가연습에 꼭 가리라 마음을 먹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청소하고 빨래를 하노라니 옛날 처녀시절 성탄 성가연습하느라 식어가는 톱밥난로를 가운데 두고 발을 굴리며 목청을 돋우던 일이며 성탄 자정미사 때는 심판받는 기분으로 초조하던 일이며 부활면절이 보름이 돼오는 밝은 달빛이 환히 비치는 성당마당에서 끼리끼리 흥겹던 일들이 생각나 흥분되었다.
하필 오늘 한 골목에 사는 아줌마들이 몽땅 자갈치시장으로 멸치사러 간다며 같이 가자는 유혹(?)을 적당히 변명으로 물리치고 공동체 성가집과 오랜만에 꺼내보는 가톨릭정선 4부 성가집을 가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성당으로 향했다.
두 아이를 앞세우고 꼬마를 등에 업고 들뜬 마음으로 성당에 들어선 나는 오르간 앞에 앉으신 수녀님과 한분의 엄마를 보고는 너무나 실망을 했다.
옛날의 성당 가득하던 열기를 회상했던 나는 나까지 모두 네사람의 열성으로 만족해야 했다.
결혼하고 나니 목청 돋우어 노래할 기회가 너무도 없어서 오늘은 큰소리로 노래나 실컷 불러 보리라하고 좋아했는데 네 사람이 앉아서 차마 음치 소리 들으며 고함지를 용기가 나지 않아 가슴을 속시원히 다 털지는 못했으나 좋은 노래 새 노래를 많이 배우고 성가연습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 주일미사에나 노래하는 걸로 알던 아이들이 『엄마 신부님도 없고 사람들도 없는데 왜 노래를 해?』하며 궁금해하는 소리를 들으며 『다음수일미사에는 더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야지』하고 마음먹으며 새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빨리 한주일이 지나갔으면…이 야릇하고 상쾌한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하리오.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엄마들이 나와서 목청껏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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