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햇 동안 나는 세군데의 병원을 거치면서 부모형제는 물론 가깝고 먼 친지들을 온통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집어넣었었다. 왜냐하면 나는 암으로 3달 후면 죽는다는 시한부인생이었으며 또 병원에 있는 3개월 동안 병자성사를 두 번이나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말 퇴원한 나는 집에 잠시 있다가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7월 8일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동신아파트로 따로 나와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모든 일에 실망하고 포기한 채 은인들과 주님께 감사드리며 나날을 정리하면서 조용히 살다가 죽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하고 있던, 이사온지 1개월이 지난 어느날 全수녀님 요청으로 양재동 백신부님께서 오셔서 봉성체를 행해주시고 위로와 용기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 이튿날 사랑의 봉사자인 김안젤라 자매(양재동)가 여러 자매들과 함께 와서 애통해하는 마음으로 나를 위해 안수기도를 해주었다.
그리고 성령세미나의 기도를 할 것을 적극 권유했는데 나는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참으로 한심하고 불쌍한, 그리고 교만한 나였다.
10일후 다시 찾아와 안수기도를 해주시고 성령세미나 기도를 권유했다. 자기가 명령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안수기도중 주님께서 성령세미나기도를 시키라는 말씀이 있길래 권유한다는 김안젤라 자매의 뜻을 따라 그날부터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완전히 주님께 의탁하고 성령세미나기도를 혼자서 하기 시작했다.
물론 김안젤라 자매의 사랑 넘치는 지도와 안수기도를 가끔씩 받으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기도를 드렸다.
사랑하는 全수녀의 뜨겁고 애절한 백일기도를 비롯 다른 몇몇 수녀님들과 은인들도 물심양면 친절과 사랑을 풍성히 베풀어주었고 내가 알게 모르게 기도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
그중에서도 김안젤라 자매는 내가 가장 외롭고 고독하며 병약한 마음의 상처가 컸을때 가까이 와서 위로와 용기, 기쁨과 평화 그리고 사랑을 듬뿍 안겨주었다.
길고도 고통스러운 투병생활로 인해 신경질적이었던 나는 너무 고통이 심하면 주님을 한없이 원망했고 심지어는 자살까지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김 안젤라 자매의 간절하고도 뜨거운 사랑의 기도로 나의 교만을 뉘우치고 내 죄가 비록 아무리크고 무거울지라도 주님의 자애로우신 사랑으로 말끔히 용서해 달라고 간구하며 기도를 바쳤다.
5주째 되던 어느 날 김안젤라 자매를 포함한 몇몇 자매들이 나를 찾아와 기도를 해주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통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함께 기도하던 자매들도 한없이 울먹였다.
그 후부터 나는 왠지 기쁘고 즐겁고 평화로운 상태가 되었으며 용기와 힘이 솟는 듯 했다.
그리고 약간의 진통은 있었으나 진통제특용을 중지한 나는 그 후 조금씩 걷게 되었으며 지금은 주일미사에도참례하고 있다. 9월까지만 해도 다시는 미사참례를 못하고 죽을 줄로만 생각했던 나는 이제 안젤라 자매를 따라 기도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빨래ㆍ청소 등 집안일도 조금씩 하게 되었으며 특히 나보다 더 불쌍한 이들을 위해 기도드릴 수 있게 되어 주님께 무척이나 감사를 드린다.
또 나는 투병생활을 통해 공동체기도의 위대성에 새삼 놀랐으며 환자들은 물론 누구에게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도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마음을 다해 사랑으로 바치는 기도는 절대 헛되지 않음을 굳게 믿게 된 나는 또 가톨릭의 공번됨도 실감했다.
나는 이들의 백합향기같이 진한 사랑에 항상 눈물겹도록 고마와하며 두 손 모아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삶의 의욕과 희열을 느끼게해주신 주님! 당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수 있게 해주소서. 불치의 병고에 시달리는 모든 이들에게 치유의 은혜와 축복을 내리소서. 그동안 나를 위해 사랑과 기도를 베풀어주신 여러 자매ㆍ은인들에게도 합당한 축복을 내려주소서. 예수성심의 뜨거운 향기로 거듭나게 새 생명을 주신 주님!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세세에 받으소서. 그 크신 사랑 영원히 기억하리이라. 주님께 감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